노무현 대통령은 13일 시정연설에서 경제난을 돌파하기 위한 핵심 해결과제의 하나로 노사관계 개혁을 꼽았다. 장기침체에 빠진 경제를 살리기 위해선 현재의 투쟁적 노사관계를 대화와 타협의 생산적 노사관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이날 관심을 끈 대목은 연말까지 노사관계 혁신방안에 대해 노사합의를 반드시 이뤄내겠다는 점과 노사분규를 해마다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약속한 부분이다. 그러나 이 두 가지 모두 노사 양측의 협조가 전제되지 않는 한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에서 노 대통령이 얼마만큼 리더십을 보일 수 있을지 관심사다. ◆ 노사합의 불투명 =노 대통령이 연말까지 노사관계 개혁방안에 대한 노사합의를 추진한다고 밝히자 노사정위는 크게 당혹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노사정위에 올려질 개혁방안에 대한 최종안조차 확정되지 않은 데다 개혁안에 대해 노동계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노사개혁 방안이 사용자 입장을 너무 수용하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민주노총은 물론 비교적 온건노선을 걸어온 한국노총까지도 노사정위의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4일 노사정위 본회의에서 노사개혁 방안이 노 대통령에게 보고된 뒤 한 달이 넘도록 단 한 차례의 협상도 열지 못했다. 한국노총은 그동안 몇 차례 산별대표자회의를 열었으나 내부입장을 정리하지 못한 채 논란만 거듭하고 있다. 이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개혁방안이 사용자의 대항권을 일방적으로 강화하는 반면 노조의 파업은 어렵게 한다는 것이다. 개혁방안중 노동계가 특히 불만을 터트리는 내용은 △불법 파업에 대한 사용자의 직장폐쇄 허용 △공익사업장에서 합법 파업이 발생했을 경우 대체근로 허용 △해고 사전 통고기간 60일 이내로 단축 등이다. 노동계와 경영계, 정부가 참여하는 노사정위 회의에 민주노총이 탈퇴한 상황에서 한국노총마저 빠질 경우 노사정위 논의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다. 특히 노사정위에 상정될 노사개혁 최종안이 빨라야 10월 말에나 나올 예정이어서 연말까지 노사합의를 이끌어내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 분규감소 가능할까 =노 대통령이 이날 "노사분규를 매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밝힌데 대해서도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들이 많다. 노사관계가 안정되려면 법과 제도를 정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의식과 관행부터 바꾸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특히 참여정부가 현재처럼 불법파업에 대해 법과 원칙을 뒤로 한 채 '사회적 힘의 균형'이나 '대화와 타협'을 앞세울 경우 "노사분규를 줄이겠다"는 대통령의 약속은 희망사항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