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시정연설] 토지공개념 '89년과 2003년 어떻게 닮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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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부동산 안정대책을 위한 '극약처방'으로 토지공개념 도입을 검토키로 한 지금의 상황과 토지공개념이 처음 도입된 1989년의 부동산시장 상황이 흡사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 4차 파동과 5차 파동은 닮은꼴
토지공개념이 도입된 지난 89년은 아파트 4차 파동이 한창이던 시기로 지난 2001년 하반기부터 진행중인 부동산 5차 파동과 닮은꼴이다.
당시 박승 건설부장관의 '분양가 자율화 검토 파문'과 88올림픽 특수로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 랠리가 시작된 4차 파동은 아파트가격 평당 1천만원 시대를 열었다.
당시 시중에 풀린 유동자금은 3조∼6조원에 달했다.
4차 파동은 토지공개념 3개 법률과 분당 및 일산 신도시 건설로 3년8개월여의 대파동끝에 지난 91년 마감됐다.
아파트가격은 토지공개념 도입 직후인 90년 32.3% 상승률로 정점을 찍은 뒤 91년과 92년에는 각각 1.8%와 5%가 떨어져 2000년까지 하향 안정세를 유지했다.
토지공개념이 다시 대두된 2003년은 지난 2001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부동산 5차 파동이 기승을 부리는 시점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4파 파동때와 시장환경이 판박이나 다름없다.
다만 파동의 원인이 분양가자율화, 저금리에 따른 가수요, 주택수급 불균형 심화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졌고 시장 응축 에너지가 4차때와 비교할 수 없이 커졌다는 점이 차이일 뿐이다.
현재 진행중인 5차 파동은 4백조원에 달하는 시중 부동자금을 바탕으로 강남지역 아파트의 평당 가격을 3천만원대로 끌어올려 놓았다.
◆ 토지와 주택가격의 폭등세와 편중화
지난 89년 당시 내부무가 국내 토지재산의 분포상태를 조사한 결과 상위 5%의 소유자들이 민유지의 65.2%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와 충격을 더했다.
이는 토지로 인한 불로소득이 이들 5% 계층에 귀속된다는 점에서 사회적인 큰 반발을 가져올만한 결과였다.
또 88년의 국내 지가와 주택가격이 75년에 비해 각각 8.4배와 4.7배가 상승했으며 서울의 지가는 무려 14배나 올랐다.
이에따라 정부는 개인의 재산권 침해소지에도 불구하고 토지공개념 3개법을 들고 나오게 된 것이다.
정부는 현재 상황을 10년 전보다 심각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정부 조사에 따르면 5차 파동이 시작된 지난 2001년부터 올 8월까지의 주택가격 상승률은 무려 31.4%에 달한다.
이는 지난 86년 이후 18년간의 주택가격 상승분의 44.4%를 차지할 정도로 비정상적인 상황이다.
서울지역 아파트가격은 2001년 초반보다 무려 77%나 상승했으며 수도권 상승률도 5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