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신임정국에 대한 증시의 반응은 의외로 차분했다. 외국인은 13일 대량으로 주식을 사들였다. 개인은 매도에 참여했지만 우려할만한 매물은 보이지 않았다. 재신임정국 이전과 크게 다를 것 없는 모습이었다. UBS워버그 마이클 진대표는 이날 "순수한 정치이슈에는 관심이 없다. 글로벌 마켓의 움직임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적어도 현재까지 외국인은 재신임 정국에 대해 예민한 반응은 커녕 무관심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사실 돌발적인 정치적 이슈는 시장에 대한 영향력이 그리 크지 못했다. 박정희 대통령이 서거한 10·26사태 때도 주가는 6일간 하락했다가 곧바로 반등했다. 대우증권 홍성국 부장은 "경제가 글로벌화되고 있어 국내 정치적 문제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제는 경기가 회복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는데 있다. ◆관심 끄는 외국인 시각 당장은 관망하는 분위기다. 리먼브러더스 윤용철 상무는 "국내 정치상황보다는 국제적인 유동성에 더 관심을 갖고 있다"며 "다만 혼란이 심화되지 않도록 모든 것이 명확하게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크레디리요네 김기수 상무는 "재신임 여부를 떠나 여러가지 불안정한 요소들이 제거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는 점에서 시장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물론 우려의 시각이 없는 것은 아니다. UBS 진 대표는 "재신임이 헌법상 가능한 것인지 묻는 투자자가 많다"며 "재신임 자체보다는 이를 둘러싼 혼란이 더 심화될 것인지를 묻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향후 시장 전망은 국내외의 경제·사회적 불안정 상황은 이미 시장에 충분히 반영돼 있다는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개인투자자는 지난 5월 이후 8조원 가량을 시장에서 빼내갔다. 그 돈은 ELS(주가연계증권) MMF(머니마켓펀드) 등 안정성향의 상품으로 대거 이동했다. 재신임 정국이 시장에 새삼스러운 충격으로 다가오지는 않을 것이란 뜻이다. 재신임 여부에 상관없이 이번 결정이 각종 사회적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대우증권 홍 부장은 "대통령의 리더십 강화와 각종 문제들이 동시에 실마리를 찾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경기 재신임 정국을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은 침체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내수경기의 부활시기를 늦출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가뜩이나 경기가 좋지않은 상황에서 불안심리가 증폭돼 내수 위축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것.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이 재신임 정국에서도 냉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경기침체와 투자 위축이 지속되거나 가중된다면 다른 시각을 갖게 될 것"이라며 "문제는 재신임정국이 아니라 경기가 언제 부활하느냐"라고 말했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