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13일 "제 직을 걸고 정치개혁을 할 수 있는 기회로 한번 살려보고자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재신임 선언을 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면서 "원고에 없는 한두 말씀 보태겠다"며 한 말이다. 사전에 배포된 연설문에 없던 이 대목에서 노 대통령은 재신임을 받을 수밖에 없는 심경과 상황을 설명한 뒤 정치개혁의 필요성도 함께 역설했다. 노 대통령은 후보시절-당선자시절-취임 후에 이르기까지 정치가 개혁되어야 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를 법제화할 힘이 없었다. 특히 취임 후에도 각종 인터뷰와 연설을 통해 △정당의 지역구도 타파 △정치자금 투명화 △정책정당을 외쳐 왔지만 국회 내 지지지력이 약해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룰 수 없었다. 노 대통령은 준비된 연설문을 통해 먼저 정치자금 문제를 끄집어냈다. "정부가 아무리 노력해도 고쳐지지 않는 수십년 된 고질이 있다"며 "대선에는 수천억원이, 총선에는 수십억원이 든다고 국민들은 믿는다. 이기기 위해선 어떤 돈이든 거두고 어떤 수단이든 써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정치인도 유권자도 마찬가지"라고도 했다. 이어 "기업의 장부가 압수될 때마다 비자금이 나오고, 비자금이 나오면 당연히 정치권으로 연결되는 이 낡은 사슬은 반드시 끊어내야 한다"며 "제 자신이 먼저 몸을 던져 국민의 심판을 받기 위해 재신임을 묻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정치개혁의 핵심이 자금문제라고 본 것이다. 이어 원고 외 발언을 하면서 "저는 호남인도 아니고 영남인도 아니며, 그 경계 위에서 양쪽의 공격을 받는 대통령"이라고 했다. 이전부터 "지역구도를 깬다면 대통령직을 걸 수 있다"며 "영호남에서 특정정당이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지 않는 선거결과가 되면 다수 정당ㆍ정파에 총리지명권을 넘기겠다"고 말해 왔던 것과 같은 연장선상이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