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가 우리은행 부행장 2명에 대해 정직 이상의 중징계를 하도록 요구하는 공문을 13일 우리은행에 전달했다. 그러나 이덕훈 우리은행장은 행내 발표문을 통해 징계요구를 곧바로 수용할 뜻이 없음을 시사해 우리금융과 우리은행 간 갈등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갈등 증폭=이날 오전 열린 우리금융 회장단회의에서는 이덕훈 행장(우리금융 부회장)과 민유성 우리금융 부회장(CFO) 간에 고성이 오갈 정도로 이견이 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측은 우리은행이 1천9백83억원의 이익을 축소한 것은 일종의 분식회계라며 해당 임원에 대한 중징계를 거듭 요구했다. 우리은행은 이에 대해 회계처리는 '보수적 원칙'을 강조하는 금감원 기준에 따라 정확히 행해진 것이었으며 문제가 된 1천9백83억원의 이익은 3분기에 반영할 예정이었던 만큼 정당한 회계처리였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특히 이덕훈 행장은 부행장들에 대한 징계문제는 "회계 전문가와 정부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우리은행은 이날 감독당국과 회계법인에 회계처리의 정당성 여부에 대해 질의를 보냈다. 우리금융 고위관계자는 그러나 "우리은행의 회계처리 잘못은 규정상 임원 해임사유에 해당한다"며 "우리은행과 우리금융이 맺은 MOU(양해각서)에는 지주회사가 요구한 임원징계를 자회사가 무조건 수용토록 돼 있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부실회계 쟁점=논란의 핵심은 우리은행이 지난 2000년 및 2001년에 걸쳐 유동화전문회사(한빛SPC)를 설립하고 부실자산을 이 SPC에 매각한 데서 출발한다. 현재 한빛SPC의 모든 선순위채권은 상환되었고 미상환된 후순위채권은 모두 우리은행이 보유하고 있다. 실질적인 지분도 모두 우리은행이 갖고 있다. 이 SPC 내 기초자산(부실자산)의 상당부분이 현금으로 전환돼 지난 6월 말 현재 약 7천32억원의 자산 중에서 약 4천9백32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SPC가 보유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우리은행은 보유하고 있는 후순위채권을 감액손실 처리하고 이 채권에 대한 상환보장유보금(C/R)에도 충당금을 설정함으로써 손실을 이중계상하는 등의 부적절한 회계처리를 한 사실이 확인됐다는 것이 우리금융의 주장이다. 이로 인해 2분기에 최소 총 1천9백83억원의 이익이 과소계상됐다는 것이다. 우리은행은 이에 대해 최대한 보수적으로 회계처리를 하다보니 충당금을 더 쌓았으며 필요 이상의 충당금은 3분기 중 환입할 예정인 만큼 큰 문제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향후 전망=이런 팽팽한 입장을 감안하면 감독당국의 유권해석이 갈등 해소의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만일 감독당국이 막후 중재에 나설 경우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의 체면을 모두 살리는 쪽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예컨대 우리지주가 두 부행장의 정직기간을 못박지 않고 있는 만큼 '1개월 이내의 상징적 정직조치'로 봉합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어떻게 결론이 나든지간에 이번 갈등이 두 조직간 '해묵은 갈등'과 '차기 우리금융회장과 우리은행장'을 둘러싸고 촉발된 성격이 강한 만큼 쉽게 해결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