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이자 번역가로 활동 중인 이윤기씨(56)가 연작 장편소설 '내 시대의 초상'(문학과지성사)과 단편소설집 '노래의 날개'(민음사)를 동시에 출간했다. 이씨의 개성이 잘 드러나는 신작 '내 시대의 초상'은 작가 특유의 재담과 의뭉스런 문체로 인간과 세계에 대한 성숙한 통찰을 보여준다. 작가는 스스로를 '이상한 세대'라고 규정한다. 호롱불 밑에서 굵은 붓글씨로 된 '천자문'을 읽은 소년은 성장하면서 일본어를 독습하고 영어도 독하게 공부한다. 내 땅에서 살았지만 남의 나라 말로 사유하면서 문화의 주변부를 오래 떠돌았다고 작가는 말한다. '내 시대의 초상'은 자기가 속한 세대를 '이상한 세대'로 규정하는 그 아이가 50대 중반이 돼 그려낸 네 사람의 초상화다. 종합상사라는 거대조직에 들어가 불철주야 노력한 결과 전무이사에까지 오르지만 끝내 조직의 배신으로 반강제 퇴직당하는 주인공 김하남의 인생 역정을 그린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얼굴'이나 마흔다섯 나이에 생전 처음 외국으로 공부하러 나갔다 떠도는 삶에 대한 깨달음을 다룬 '호모 비아토르'에서는 작가의 따스한 인간주의적 시각을 엿볼 수 있다. 모두 9편의 단편이 실린 '노래의 날개'는 동·서양을 넘나드는 작가의 풍부한 인문적 교양이 잘 드러난다. 표제작 '노래의 날개'를 비롯 '옛 이야기''전설과 진실''봄날은 간다' 등을 통해 작가는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유쾌하고 감칠맛 나는 문장으로 그려낸다. '옛 이야기'는 소월(素月)의 시 '옛 이야기'를 즐겨 부르는 오랜 친구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전설과 진실'은 고인이 된 시인 박정만의 삶의 진실을 보여주기 위한 추억의 압축파일과 같은 소설이다.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신화'의 저자로도 유명한 이씨는 동인문학상(1999) 대산문학상(2000) 등을 수상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