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직업의 의미 ..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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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p@eland.co.kr
신입사원에게 왜 일을 하려느냐고 물으면 대개 '자아실현과 생계유지'라는 두 가지 이유를 말한다.
이는 '자신을 위한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사회적인 악'은 대부분 직업 속에서 만들어지는데,그 이유는 바로 위와 같은 자기 중심적 직업관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사회적인 악' 문제가 해결되려면 이런 직업관이 바뀌어야 한다.
어떤 직업의 중요성을 이해하려면 그 직업이 없는 경우를 가정해 보면 된다.
동네 슈퍼가 없으면 어떻게 될까? 소금으로 이를 닦거나 치약을 사러 공장에까지 가야 할 것이다.
그럼 두부 라면 주스 비누는? 슈퍼가 없다면 필요한 것을 참아야 하거나 대체물을 발견해야 할 것이다.
결론은 슈퍼는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것이며 슈퍼를 운영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편익을 위해 귀한 직업 생활을 하는 분들이라는 것이다.
청소원은 어떤가? 뉴욕에서 청소원들이 파업을 한 적이 있었는데,쓰레기더미에 파묻힌 뉴욕 시민들은 청소원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을 것이다.
신문이 없으면 어떨까? 해외에서 우리나라 비행기를 타고 돌아오는 사람들이 오랜만에 만나는 한국 신문을 한다발 집어들고 빨려들 듯이 보는 것을 보면 신문은 필요한 것이라는 걸 말해준다.
간병인이나 파출부는 어떤가? 내 아내는 여러 해 병원생활도 하고 집에서 누워있어야 했는데 이분들이 없었다면 나는 회사도,아이들 갖는 것도 포기해야 했을 것이다.
지금도 그분들에게 고마워하고 있다.
나는 오랫동안 옷을 만들어 파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옷 만드는 사람이 없다면? 속옷은 부드럽게,겉옷은 폼나게,와이셔츠는 깨끗하게,캐주얼은 편하게 여러 용도로 머리를 써서 맵시 나게 옷을 만들어 공급하는 사람들은 존경받을 직업을 갖고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이렇듯 대부분의 직업은 귀한 것이다.
이것들은 자신의 자아실현과 생계유지를 도와주지만 더 중요하게는 타인의 필요를 채우고 돕는데 사용된다.
그래서 직업에는 귀천이 없는 것이고,선생님뿐 아니라 노동자나 파출부도 존경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 타인 중심적 직업관이 바르게 세워질 때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는 직업 속의 구조악은 해결될 것이다.
모두가 타인의 직업에 의존하는 자신을 깨닫고,타인과 타인의 직업을 존중하는 아름다운 사회가 오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