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강력한 '토지 공개념' 도입까지를 포함한 부동산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전격 발표하자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시장이 급속히 냉각되는 분위기이다. 특히 집값 앙등의 진원지인 서울 강남권에서는 하루만에 호가를 최고 5천만~7천만원 낮춘 급매물이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재건축아파트 일반아파트 가릴 것 없이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 더욱이 매수세가 완전히 끊겨 호가는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목동 분당 등 강남권 외의 인기 주거지역에서도 호가가 1천만~2천만원 떨어진 매물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 강남권 호가 7천만원까지 하락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 4단지, 송파구 잠실 주공 5단지 등은 이번주 들어 5천만~7천만원 하락했다. 강남구 개포주공 고층의 경우 매물 숫자도 이번주 들어 갑자기 늘어나 평형별로 10개 이상 쌓였다.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호가도 2천만원 정도 떨어졌다. 10월 초 6억9천만원이던 31평형이 지금은 6억7천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인근 엘리트공인 관계자는 "집주인들이 불안한 나머지 시장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매수자인 것처럼 가장해 시세를 묻는 전화가 걸려올 정도"라고 말했다. 인근 도곡동ㆍ역삼동 일대에선 그동안 찾아보기 힘들었던 매물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도곡주공 2차와 개나리 등에선 10월 초만 해도 매물이 귀했지만 지금은 3∼4개씩 매물이 나와 있다. 도곡동 신세계공인 김재돈 대표는 "10월 초만 해도 매물이 나오기 무섭게 소화됐지만 지금은 찾는 사람이 없다"고 전했다. 송파구에서도 호가가 3천만~5천만원 정도 떨어졌다. 가락동 가락시영 2차 13평형은 급매물이 나오면서 4억3천만원에서 4억원으로 내려앉았다. 가락동 신한공인 장찬수 대표는 "평형별로 매물이 20개 정도 되지만 매수세가 사라져 2천만원 정도 더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초구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반포 저밀도지구의 반포주공 3단지 16평형은 10월 초 6억7천5백만원에서 6억6천만원으로 주저앉았다. 인근 에덴공인 김성일 대표는 "9ㆍ5 대책의 영향으로 1억원 정도 급락했다가 10월초 1∼2개 매물이 소화되면서 2천만원 정도 회복하는가 싶더니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며 "팔아달라는 사람만 있어서 가격은 더 내릴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강동구에서도 가격 하락세가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고덕동 제일공인 관계자는 "주로 소형 평형의 매물이 급증하고 있다"며 "양도소득세 비과세 요건이 강화되면서 들어가 살기에 불편한 작은 평형의 매물이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 ◆ 분당ㆍ용인권은 관망세 최근 중ㆍ대형 평형대를 중심으로 급등세를 보였던 분당 및 용인권 시장은 짙은 관망세로 돌아섰다. 전반적으로 본격적인 가격조정은 시작되지 않았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그간 찾아보기 힘들었던 매물이 1∼2개씩 출현하고 있다. 판교신도시 개발을 재료로 최근 가격이 급등한 분당 야탑동과 이매동 일대에서도 매물을 어렵사리 찾아볼 수 있다. 야탑동 신미래공인 관계자는 "14일 오전부터 매도의사를 밝힌 집주인들이 하나 둘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용인권도 비슷한 상황이다. 상현동 중앙공인 관계자는 "지난주 말부터 매수세가 뚝 끊기기는 했지만 아직 매물이 갑자기 늘어나는 등의 상황은 벌어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 목동 호가 1천만∼2천만원 하락 목동에선 호가 하락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에는 '사자' 문의가 많았지만 최근엔 '팔자' 전화가 훨씬 많아지고 있다. 목동신시가지 7단지 27평형(고층)은 4억5천만∼4억7천만원에 형성됐던 호가가 최근 1천만원 정도 하락했다. 9단지 27평형은 최고 4억7천만원까지 치솟았지만 현재는 4억∼4억5천만원선으로 가라앉았다. 인근 우석공인 임규만 사장은 "최근 들어 시장은 완전 관망세로 돌아섰고 특히 매수세가 사라졌다"며 "당분간 시장은 공황상태를 맞을 것 같다"고 말했다. 조성근ㆍ송종현ㆍ김진수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