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역 앞 '야에스 북센터'.


도쿄에서 가장 유명한 이 서점의 1층 신간 매장과 2층 경영서적 매장은 '도요타' 일색이다.


'일본 부활의 구세주 도요타 생산방식' '도요타식 최강의 경영' '도요타웨이'…


도요타 관련 서적이 워낙 많이 쏟아지다보니 아예 별도 코너를 만들어 손님을 맞고 있다.



"하루에 2백권은 족히 팔리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기업에 있는 사람들이 주로 사갔으나 요즘은 정부관계자 학생 가정주부에 이르기까지 남녀노소 직업을 불문하고 도요타 관련 서적을 찾고 있습니다."(고이케 판매담당)


일본 열도에 '도요타 학습 열풍'이 불고 있다.


도요타 방식을 배워 생산성을 제고, 불황의 늪에서 탈출해 보자는 것이다.


기업뿐만이 아니다.


정부 기관이나 병원 학교에 이르기까지 전 일본이 도요타 방식의 출발점인 '가이젠(改善)'을 외치고 있다.


심지어는 가정도 벤치마킹에 나섰다.


'가계(家計) 가이젠'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할 정도로 도요타 바람이 거세다.


도쿄에서 동북쪽으로 4백50km 떨어진 미야기현의 오누마제과.


이 제과점 45명 직원들은 "교코소 오레와 야루 조(오늘 나는 반드시 해낼 것이다)"를 외치며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교코소 오레와 야루 조'는 도요타의 상징적 구호.


장기 불황에 허덕이던 시골마을의 이 제과점은 뜻밖에도 도요타 방식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지난 2001년 5월 도요타 생산 방식,


그 중에서도 다품종 소량 생산 기법을 집중 연구해 과자 제조 과정에 적용한 것.


주변 과자점들이 판매 부진으로 하나둘 문을 닫는 지경인 데도 이 회사는 두자리 수의 안정적인 성장궤도에 올라섰다.


"조그만 과자점이 거대 기업 도요타를 벤치마킹한다는게 말이 되느냐는 비아냥도 없지 않았어요. 하지만 실제 적용해 보니 도요타 방식이 기업의 규모나 업종에 관계없이 생산성 제고에 도움이 된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오오모리 신에츠 공장장)


도요타는 '책'으로만 일본을 가르치는게 아니다.


도요타는 현재 일본 총무성 산하 우정공사(JAPAN POST) 등에 직원을 보내 구조조정에 도요타 방식을 전수하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이같은 도요타 열풍을 두고 '도요타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을 되찾아주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도요타 방식은 흔히 알려진 JIT(Just In Time)으로 대표되는 생산방식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일본 부활의 구세주 도요타 생산방식'의 저자 미토 세스오씨는 도요타 방식을 '무다(ムダ)의 제거'라고 말한다.


'무다'란 '본질 이외의 모든 것'을 뜻하는 말.


생산은 물론 인사 재무 마케팅 고객서비스 등 회사의 모든 부분에서 생산성 제고와는 관련 없는 쓸모없는 것들을 모두 제거하는 작업이 바로 도요타 방식인 것이다.


도요타 방식은 일본의 버블이 붕괴되면서 진가를 발휘했다.


1991년 버블이 붕괴되기 시작한 이후 일본은 10년간의 장기 불황에 빠졌다.


노무라증권 다이와증권 혼다자동차 닛산자동차 등 내로라하던 일본 간판 기업들이 줄줄이 외국 자본의 손아귀에 넘어가고 1천조엔의 자산이 연기처럼 사라지는 상황에서 도요타는 고속 성장을 지속했다.


연평균 7~8%의 성장을 보이며 1998년 매출이 10조엔의 벽을 넘어섰다.


지난해에는 무려 16조엔의 매출을 올렸다.


경상이익도 2001년 1조엔, 2002년 1조4천억엔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순이익 증가율은 무려 53.4%.


자동차시장 점유율에서는 세계 2위인 미국의 포드를 추월할 태세다.


1위인 제너럴모터스(GM)도 사정권 안에 놓고 있다.


"일본은 한동안 도요타를 잊고 있었습니다. 막강한 경쟁력을 회복한 미국식 경영이 해답이라고 생각했던 거지요.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습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도요타의 성적표가 도요타 방식이 일본을 구할 수있는 가장 좋은 길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해준 것입니다."(컨설팅업체 카루망의 초 가주오 전무)


도요타 배우기는 비단 일본 열도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도요타에는 한국을 비롯해 중국 대만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기업과 미국 유럽 등 외국의 '학생'들이 줄을 서 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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