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와 올해 한국 2,3위 광고회사인 LG애드와 금강기획을 잇따라 인수한 영국계 커뮤니케이션 기업 WPP그룹의 마틴 소렐 회장(57)이 13일 한국에 왔다. 금강기획의 새 경영진을 만나고 한국시장을 둘러보기 위해서다. WPP는 세계 최대의 광고회사.소렐 회장은 기자와 만나 한국에서의 사업 방침을 소상히 밝혔다. 소렐 회장은 "아시아·태평양은 성장잠재력이 가장 큰 지역이고 특히 아시아 광고시장에서 2위를 차지하는 한국은 WPP가 재도약하기 위한 전략적이고 핵심적인 투자대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인수한 금강기획의 최대 강점으로 '크리에이티브'(창의성)를 꼽았다. 그는 "카피라이터를 비롯한 제작부문 출신을 CEO(최고경영자) 등으로 발탁한 것도 금강기획의 강점을 극대화하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소렐 회장은 "금강기획의 편입으로 한국시장에서 포트폴리오가 거의 완성됐다"며 "이젠 추가 투자보다는 계열사들의 성장을 위한 질적 투자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말했다. 한국내 계열사들을 통합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그는 "창의력을 생명으로 하는 광고에서는 회사마다 독특한 문화와 정체성이 존재하는데 이를 인위적으로 허물려고 하면 부작용만 생긴다"고 강조했다. 또 "WPP에 소속된 미국 영국 등 광고회사들도 독립성을 유지할 때 생산성이 높았다"고 덧붙였다. 소렐 회장은 "한국내 광고회사들의 경영에 간섭하지 않고 최대한 자율성을 보장한다는 것이 WPP그룹의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6만9천명의 인력 풀이 WPP의 최대 자산"이라며 "인적자산의 교류와 적재적소 배치야말로 계열사들에 대한 WPP그룹의 유일한 경영간섭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세계경제의 불황이 내년을 기점으로 조금씩 풀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대통령선거와 각종 스포츠행사가 세계경제에 다소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란 얘기다. 소렐 회장은 또 "세계 마케팅 전문가와 컨설팅 업체들이 최근 광고비를 늘리라고 독려하고 있다"며 "이미 미약하게나마 경기회복 증후가 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WPP그룹은 1986년 설립된 세계적인 광고·커뮤니케이션 그룹.지난해 총 취급액이 7백76억달러(98조4천억원)에 달했다. 현재 1백3개 국가의 90여개 기업이 자회사 합작회사 또는 전략적 제휴 형태로 WPP와 관계를 맺고 있다. 한국내 계열사로는 광고회사인 LG애드 금강기획 JWT애드벤처 오길비앤마더 덴츠영앤루비컴과 PR회사 컨설팅회사 등이 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