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생산성-'도요타에서' 배운다] (1) '왜 도요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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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이치(愛知)현의 관문이자 도요타자동차 나고야 본사의 길목에 있는 나고야 국제공항.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도요타의 명성이 실감나게 와닿는다.
"Do business with Toyota".
이 한마디면 입국심사나 세관 모두가 '오케이(OK)'다.
일본 사람들은 도요타를 그만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도요타 방식을 배우려는 사람들의 방문이 줄을 잇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왜 도요타인가.
도요타가 무엇을 가르쳐 주기에, 일본 열도가 도요타 학습 열기로 달아 올랐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도요타는 기업에 필요한 덕목을 골고루 갖추고 있는 회사이기 때문이다.
"도요타는 차만 잘 만드는게 아닙니다. 돈만 잘 버는 회사도 아니죠. 지역사회의 발전에 기여하고 조직 곳곳에 스스로 진화할 수 있는 유전자와 DNA를 지닌 기업입니다. 배울게 많을 수 밖에요."(캐논 영상사업기 아미공장 가토 헤이기치 부공장장)
도요타가 주목받는 이유는 지난해 경영성적표에도 여실히 드러난다.
3월말 결산법인인 도요타자동차는 지난 회기(2002년4월∼2003년4월)중 무려 3천억엔(약 27억달러)의 비용을 절감했다.
경상이익(1조4천억엔)의 20% 가량은 비용절감을 통해서 벌었다는 얘기다.
게다가 도요타는 올 회계연도에도 지난해 못지않은 비용절감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과연 가능할까.
협력업체를 쥐어짜는 것은 아닐까.
기자의 질문에 도요타의 우치야마다 다케시 전무는 도요타 방식을 설명하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도요타 방식은 합리적 가이젠(改善)에서 시작됩니다. 무엇이 됐든 바꾸고 개선할 여지가 있다는 전제 아래 반으로 줄이라고 합니다. 일을 반으로 하라는 얘기가 아니에요. 원가도 반, 재고도 반, 불량률도 반으로 줄이도록 끊임없이 개선활동을 하는 것입니다."
도요타는 특히 행동을 강조한다.
무조건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일단 개선을 추진하라는 것이다.
오쿠다 히로시 도요타 회장은 변화를 위한 행동을 무척 강조한다.
도요타 웨이(way)의 또 다른 특징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알고 실행에 옮기도록 하는데 있다.
상황 파악이 정확해야만 올바른 해법을 찾아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1940년대에 도요타 생산방식을 처음 도입한 오노 다이이치씨는 "왜(why)를 다섯 번 되풀이하고 방법(how)을 찾을 것"을 주문했다.
이런 습성이 몸에 밴 결과인지 도요타의 전 종업원은 문제해결의 중독에 빠져 있다는 소리를 듣는다.
종업원에 대한 평가에서도 도요타는 결과보다는 프로세스에 대한 평가를 중시하고 있다.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기 위해선 해당 분야의 전문 지식이 있어야 한다.
도요타 사람들 모두가 학습조직이 돼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변화를 즐기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관리직이든 생산직이든 예외가 있을 수 없다.
개선 활동을 몸으로 익히면 사람의 인식도 바뀐다.
도요타에 납품을 추진했던 한 철강회사에 근무하는 모리씨 얘기를 들으면 도요타 사람들의 생각이 얼마나 특이한지 알 수 있다.
"도요타 납품을 위해 연구개발 인력과 접촉했지요. 어떻게든 납품을 하기 위해 제품의 우수성을 설명하고 도요타에 넣는 제품은 특별 관리를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상대방의 인상이 흐려지는게 아니겠어요. 뭔가 꼬이는 분위기였지요."(모리씨)
나중에 알고 보니 도요타 사람들은 특별관리하는 제품을 믿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별관리해서 우수한 제품을 생산한다는 말은 특별관리 하지 않으면 제품의 질이 떨어진다는 의미와 같기 때문이다.
도요타는 한 두 사람만이 철두철미한게 아니다.
모두 한결같다.
도요타는 결코 한 두 명의 리더에 의존하지 않는다.
평균 수준이 높은 집단을 육성하려고 힘쓴다.
1만 가지가 넘는 자동차 부품 중 하나만 잘못돼도 완성차의 품질이 떨어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도요타의 또 다른 힘은 개선을 통한 표준화와 매뉴얼화를 꼽을 수 있다.
작업장 한 편에서 이뤄진 개선 노력은 짧은 시간내 전체 회사로 파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개선 노력을 축적하면 같은 잘못은 다시 하지 않게 된다.
물론 진화를 위한 몸부림에는 뚜렷한 목적이 있다.
세계 최강의 기업이 되겠다는 것이다.
도요타 사람들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가장 강한 기업을 경쟁 대상으로 삼는다.
도요타는 지난 63년부터 세계 최대 자동차메이커인 GM과 생산 원가를 비교해 왔다고 한다.
당시 GM의 매출 규모는 도요타의 60배로 비교 자체가 힘든 상황이었다.
당시부터 GM을 제치고 1등을 하겠다는 꿈을 갖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혁신을 강력하게 추진해 왔다.
도요타 사전에는 '만족'이라는 단어가 없다.
도요다 쇼이치로 명예회장은 "도요타 생산방식의 개선에는 종착역이 없다"고 말했다.
도요타의 생산성은 바로 여기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쿄ㆍ나고야=이익원ㆍ이심기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