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렬 한나라당 대표는 14일 국회 연설에서 현정부의 경제 실정을 부각시키며 기업살리기와 법과 원칙에 따른 노사정책 등을 골자로 한 '5대 국가위기 해결과제'를 제시했다. 또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비리사건에 노무현 대통령이 연관됐을 경우 탄핵소추로 갈 것임을 밝혀 향후 정치권에 격렬한 논쟁이 예상된다. ◆기업이 성장엔진=최 대표는 현재의 경제상황을 성장 잠재력이 붕괴된 최악의 상태라고 진단하고 경제를 살리기 위해 기업 투자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 투자가 활성화돼야 실업·복지 등 다른 경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투자 활성화는 시중 부동자금의 흡수를 통한 부동산시장의 안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최 대표는 구체적인 기업 활성화 방안으로 법인세 인하와 대기업 집단지정제도,출자총액제한제도,공정거래위원회의 계좌추적제도 등의 대폭 손질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은 현 정부의 방침과 배치되는 부분이 적지 않아 향후 관련법 개정을 위한 국회 논의 과정에서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현 정부의 노사정책에 대한 비판도 빼놓지 않았다. 최 대표는 "노조에 대한 대통령의 편향된 시각과 불법파업이라도 정당하면 들어주겠다는 노동부 장관의 '철없는 생각'이 강성투쟁을 부추겼다"고 주장했다. 또 "쟁의기간 중에 임금을 주고 불법파업을 해도 처벌하지 않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며 법과 원칙에 따른 정부의 대처를 촉구했다. 최 대표는 교육문제와 관련,"빌 게이츠 같은 사람 한 명이 수십만 명의 일자리와 수백억달러의 수출 산업을 만들어낸다"며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한 후 △특수 목적고와 자립형 사립고의 확대 △정부 예산의 공교육 집중 투자 등 교육개혁방안을 제시했다. ◆재신임 및 정치개혁=최 대표는 재신임 국민투표와 관련 "최도술씨 비리의 전모가 국민 앞에 명명백백하게 밝혀진 뒤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先) 비리의혹 규명,후(後) 재신임투표'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최 대표는 또 '대통령이 측근비리에 연루됐을 경우'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탄핵을 거론함에 따라 재신임 정국이 탄핵정국으로 급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같은 발언은 당분간 국민투표 실시 여부보다는 비리 의혹 공세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최 대표는 정경 유착 관계 단절을 위한 정치개혁 방안으로 △내년 국회의원 선거부터 완전 공영제 실시 △선거사범 단심제 도입 △기부한도 3백만원 이하 축소,정치자금 단일계좌 사용,지출시 수표·카드사용 의무화 등을 제시한 뒤 내달까지 여야 합의 처리를 제안했다. 다만 정치권 안팎에서 꾸준하게 제기돼온 내각제 등 권력구조 개편논의에 대해서는 "나라경제가 어렵고 국정도 불안한 때에 이를 논의하기는 부적절하다"고 못박았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