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 업그레이드'를 꿈꾸는 직장인이라면 한번쯤 '나도 MBA(Master of Business Administrationㆍ경영학 석사) 학위를 따자'는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최근 불황으로 취업난이 계속되면서 '몸값'을 높이기 위해 MBA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하지만 직장을 다니면서 MBA를 따기란 비용과 시간 등 적지 않은 희생을 각오해야 한다. 특히 외국에서 MBA를 따려면 학비와 생활비, 기회비용 등을 따져 최소 1억5천만원에서 최대 4억원의 거액이 든다. 입학시험 준비부터 학위과정을 마치기까지 기간도 3~4년이 걸린다. 이런 이유로 국내 유수 경영대학원들이 설치한 국내 MBA 코스가 요즘 인기다. ◆ 북새통을 이루는 입학설명회 =국내 MBA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이 늘면서 경쟁률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11일 열렸던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의 MBA 입시설명회에는 2백여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참석자들은 학교측의 설명을 경청한 뒤 질의응답 시간이 되자 △졸업생의 취업률 △해외 MBA와 비용 차이 △학위과정과 입학시험 등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모 기업 대리 정모씨(33)는 "외환위기 이후 40대 직장 상사들이 쓸쓸히 회사를 등지는 것을 보면서 경력을 쌓고 변화를 추구하고 싶지만 해외 MBA는 너무 큰 모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최근 기업들이 해외 MBA 출신 채용시 국내 MBA와 같이 '경력 2년'만 인정해 주는 등 차이도 사라져 국내 MBA를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 국내 MBA 업그레이드 =국내 경영대학원들은 인기가 치솟고 있는 MBA 과정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해외 유수 비즈니스 스쿨과 손잡고 학사관리를 철저히 하는 등 업그레이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성균관대는 지난 9월 미국 매사추세츠대(MIT) 슬로안스쿨(경영대학원)과 MBA 과정 분야에서 제휴했다. 성균관대는 슬로안스쿨의 세계적인 MBA 커리큘럼을 그대로 수입한 '성균관-MIT MBA프로그램'(가칭)에 향후 8년간 매년 22억∼23억원씩 모두 1백8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고려대 경영대학원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UBC)과 제휴, 내년 1학기부터 IMBA(International MBA) 과정을 개설한다. 고려대에서 1년 과정을 마친 뒤 UBC에서 6개월, 중국의 자오퉁대학에서 6개월간 수업을 받으면 고려대의 MBA 학위와 UBC의 IMBA 학위를 동시에 취득할 수 있다. 지난 1월 미국 듀크대와 MBA 복수학위 협정을 맺은 서울대 경영대학원은 2학기에 1명의 석사과정 학생을 듀크대에 보냈다. 이 학생이 3학기를 수강하고 돌아오면 서울대와 듀크대에서 모두 학위를 받게 된다. ◆ 성황인 국내 MBA 과정 =현재 주간에 미국식 MBA 과정을 설치한 대학은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아주대 세종대 KAIST 등이다. 연세대는 지난 97년 GEMBA(Global Executive MBA) 과정을 시작했다. 1학년 과정은 연세대에서 6개월간 이수하고 2학년 과정은 워싱턴대에서 1년간 수학,정식 MBA 학위는 워싱턴대에서 수여하는 프로그램으로 인기가 높다. 지난 97년 우리나라 최초로 경영전문대학원을 설립한 성균관대는 현장ㆍ실무 중심의 커리큘럼으로 운영되고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