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총무성은 우정사업청(현 일본우정공사) 부실문제로 고심을 거듭하던 끝에 지난해 5월 도요타에 SOS를 쳤다. 우정공사의 수술을 직접 집도해달라는 요청이었다. 일본도 한국만큼이나 관료들의 자존심이 강한 나라다. 정부가 민간기업에 산하기관의 구조조정을 의뢰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더군다나 총무성은 우정공사(Japan Post)에 관한 한 전권(全權)을 행사해도 좋다며 도요타에 머리를 숙였다. "우정공사의 민영화가 일본 경제개혁의 시금석으로 주목받고 있는 터라 우정성으로서는 물불을 가릴 여유가 없었겠지만 그보다는 경영효율과 생산성에서 도요타 방식만한 시스템이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니시지마 유타카 우편사업본부 JPS추진부장) 민영화를 앞두고 있는 우정공사는 자산 규모 4백30조엔에 우편저축예금이 2백95조엔에 달하는 일본 최대 금융기관이다. 종업원은 29만4천명에 육박한다. 하지만 속은 부실덩어리 그 자체다. 99년부터 3년간 1조2천억엔의 적자를 기록하며 누적이익의 3분의 1을 까먹었다. 대개의 공기업이 그러하듯 낮은 생산성과 비효율, '철밥통'이라는 구조적인 문제가 원인이었다. 공무원 시절부터 몸에 밴 종업원들의 관료주의와 '패밀리'로 불리는 계파간 자리싸움, 막강 노조가 지키고 있는 60세 정년 등 개혁해야 할 대상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여러가지 어려움이 예상됐지만 도요타는 총무성의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7명의 전문가를 보내 수술에 들어갔다. 아무리 도요타라고 하지만 정부도 두 손 든 거대 부실 공기업을 경쟁력있는 민간기업으로 바꿔 놓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답은 우정공사의 영업보고서에 나와 있다. 도요타는 수술 4개월 만에 우정공사를 흑자로 돌려놓았다. 아직 일부 부위만 수술을 받았을 뿐이지만 3년간 계속된 적자의 사슬을 끊고 지난 회기(2002년 4월∼2003년 3월)에 80억엔의 이익을 냈다. 안정렬 KOTRA 도쿄무역관 본부장은 "우정공사의 개혁은 민간 효율에다 도요타의 생산성을 더해 구조조정 효과를 극대화한 사례"라며 "우리 정부와 기업들도 본보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