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17일 개봉 '아카시아'..그 꽃향기속엔 '진한 공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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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근함을 선사하는 화려한 풍채,세상을 밝히는 순백의 아름다운 꽃' '보다 높고 길게 뻗으려는 이기적인 몸부림,만물의 혼을 중독시키려는 지독한 냄새' 박기형 감독의 신작 '아카시아'는 아카시아의 이중성을 빌려 생명을 대하는 모순성을 그려낸 공포물이다.
자기 자식만 중시하고 남의 아이는 멸시하는 어른들의 이기심,또 가장 소중해야 할 생명들이 버려짐으로써 세계 최대의 고아 수출국이 된 우리의 현실을 정면 비판한 영화다.
박 감독은 특히 학원 폭력을 소재로 한 데뷔작 '여고괴담' 이래 사회 부조리를 다시 공포영화의 주제로 도입했다.
올해 흥행에 성공했던 공포영화 '장화,홍련'이 모호한 논지로 비판받았던 것과 반대로 이 영화는 확실한 주제와 구도를 갖췄다는 평을 받고 있다.
산부인과 의사 도일(김진근)과 아내 미숙(심혜진)이 진성(문우빈)을 입양하면서 괴상한 일들이 일어난다.
여러 사건과 이로 인한 두려움의 중추는 마당 앞 아카시아나무로 집약된다.
아카시아는 풍성한 잎과 매혹적인 꽃향기를 지녔지만 가시가 돋치고 벌레가 들끓는 양면성을 지닌 존재로 묘사된다.
또한 진성이 죽은 어머니의 화신이라고 여기는 나무이므로 미숙과는 적대적인 관계다.
아카시아나무 위에 걸터앉은 진성,나무 속 개미떼의 습격,뭉크의 '절규'를 연상시키는 그림 등은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장치들이다.
여기에 피의 이미지가 사산아에서부터 도일, 진성, 진성의 외할머니와 할아버지 등으로 파급되며 공포를 증폭시킨다.
인물관계에서도 진성(아들)과 미숙(어머니)간의 갈등이 미숙과 도일(부부)간의 불화로 전염되면서 이야기는 혼돈 속으로 빠져들어간다.
핏줄관계가 우선시되는 풍토에서 며느리 미숙도 결국 시댁의 손님에 불과한 처지다.
미숙이 남편과 시아버지간 합의만 보면 자신은 무조건 따라야 하느냐고 항변하는 대목이 그것이다.
베테랑 여배우 심혜진이 5년만에 스크린에 복귀해 친자와 양자에 대해 애정의 크기를 저울질하고 스스로 갈등하는 여성의 모습을 보여준다.
17일 개봉,15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