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4 08:38
수정2006.04.04 08:41
동양과 서양이 러시아에서 합쳐지고 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이나 유럽 등 전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와 관련,러시아의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러시아의 외교정책도 다원화돼 가는 모습이다.
지난 98년 러시아의 아·태경제협력체(APEC) 가입은 많은 의미를 갖는다.
현재 APEC 회원국들은 러시아가 그동안 이룩한 경제적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으며,국제무대에서 러시아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하기 시작했다.
러시아는 이제 믿음직스런 정치·경제 협력 파트너로 성장했다.
미국 중국 인도 일본은 물론 동남아시아와 멀리 남미 국가들과도 무역·투자 관계를 강화시켜 나가고 있다.
동·서양의 투자자들은 시베리아 및 극동 지역의 천연가스 개발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특히 러시아가 보유한 과학기술의 잠재력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하고 있다.
러시아가 APEC 회원국이란 지위를 이용,아태지역의 경제통합에 노력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분위기의 반영이다.
APEC 가입후 러시아는 아태지역에서 자유로운 무역·투자 환경을 가꾸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러시아가 비(非)철금속 시장 자유화를 주창하고 있는게 그 예다.
세계화는 거역할 수 없는 하나의 현실이며,경제성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세계화가 자칫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 역시 명심해야 한다.
정보통신에 대한 접근에서 뒤처진 가난한 국가들은 문명의 외곽으로 밀려나게 마련인 것이다.
불평등을 좁히기 위해 개도국들도 경제 성장을 가속화해야 하며,사회적 안정을 바탕으로 삶의 질 개선에 노력해야 한다.
여기에는 테러 조직을 발본색원하는 일도 포함된다.
최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테러 위협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어 우려된다.
APEC의 경제적 번영을 위해서는 테러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에너지 자원에 대한 심각한 고민도 해야 할 시점이다.
극동 지역의 석유와 천연가스를 안전하게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역내 경제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이 밖에도 APEC이 해야 할 일이 많다.
일자리 창출과 중산층 양성을 위한 중소기업 지원사업은 그래서 더욱 의미가 깊다.
중소기업 지원은 다양한 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효과적인 방법이다.
향후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의 밑거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에서는 중소기업들이 전체 인구의 17%를 고용하고 있다.
러시아는 기업 설립 인·허가 과정에서의 관료주의를 과감히 폐지했으며,회계 및 조세제도를 단순화했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며,각종 행정적인 장애물에 부딪히는 게 현실이다.
다음주 태국 방콕에서는 '다양성의 세계:미래를 위한 파트너십'이란 주제로 APEC 정상회담이 열린다.
우리는 모두 다르다.
그러나 우리 앞에는 '공통의 문제'가 놓여 있다.
함께 힘을 모아 해결책을 찾아야 할 입장이라는 얘기다.
APEC이 창설된지 벌써 14년이 지났다.
정치·경제 블록간 충돌은 사라졌으며,새로운 변화에 발 맞추어 세계 지도도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새로운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는 공동의 목표를 추구해야 할 책임이 있는 것이다.
정리=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
--------------------------------------------------------------
◇이 글은 최근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에 실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Russia's Role in APEC'이란 기고문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