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13일 국회에서 "현재 마련 중인 종합적인 부동산 대책으로 부족할 때에는 강력한 토지공개념제도의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한 후 토지공개념에 대한 관심이 갑자기 높아졌다. 토지공개념이라는 단어는 그 취지에 불구하고 이미지가 좋지 않다. 지난 88년 서울올림픽을 전후해 전국적인 부동산투기 바람이 일면서 등장했던 토지공개념 트리오,즉 토지초과이득세 택지소유상한제 개발부담금제가 90년대에 들어서 헌법불합치 등의 이유로 차례차례 용도폐기됐거나 폐기될 예정이다. 그렇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방법이 지나치거나 졸렬하다는 점도 중요한 원인이다. 예를 들어 토지거래 허가제,분양권 전매금지 같은 거래에 대한 규제는 과격하면서도 장기적으로 실효가 적다. 양도소득세 토지초과이득세 등으로 토지 불로소득을 징수하는 것은 부작용이 많은 졸렬한 방법이다. 토지보유세를 조세의 대종으로 삼아야 한다. 토지보유세가 좋은 세금이라는 데는 이론이 없다. 정부의 간섭과 세금을 싫어하는 밀턴 프리드먼도 토지보유세를 "가장 덜 나쁜 세금"이라고 했다. 이런 세금을 먼저 거둬야만 다른 "더 나쁜 세금"을 덜 걷게 되고 또 지나치거나 졸렬한 토지 대책도 피할 수 있다. 특히 토지의 임대가치,즉 지대(地代)를 과표로 하여 가급적 1백%에 가까운 높은 세율로 부과하는 토지보유세를 지대세라고 부르고 이런 세금을 우선적으로 정부세입으로 삼는 제도를 지대조세제라고 하는데 이를 도입해야 한다. 지대조세제는 이상적인 토지제도이자 조세제도다. 토지투기 주택투기의 소지를 근원적으로 없애버릴 수 있다. 혹자는 이를 자본주의 정신에 반한다고 의문을 제기하지만 그렇지 않다. 자본주의란 무엇인가. 사유재산제와 시장경제가 두 기둥이 아닌가. 사유재산제는 한 마디로 노력과 기여의 결과를 보호하는 제도-즉 개인이 생산한 것을 사유로 하는 제도이고 또 생산한 사람이 교환을 원할 때에는 생산물이 사회에 기여하는 정도에 따라 대가를 얻도록 해주는 제도다. 여기서 교환을 통해 정당한 대가를 얻도록 하려면 자유로운 시장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력하는 개인은 정당한 대가를 얻어 좋고 사회는 개인의 노력 덕에 필요한 물자가 풍족해져서 좋은 것이다. 그런데 토지는 인간이 생산한 것이 아니다. 또 토지의 생산성을 반영하는 토지가치는 토질과 같은 자연적인 원인,인구나 소득과 같은 사회경제적인 원인,공공개발과 같은 정부적 원인에 의해 변화하므로 토지소유자는 토지가치에 거의 기여하지 않는다. 토지사유를 보장한다고 해서 사회에 필요한 토지가 더 생기는 것도 아니고 토지가치의 사유를 보장한다고 해서 토지의 생산성이 높아지는 것도 아니다. 토지 불로소득을 방치하는 것은 자본주의에 어긋난다. 토지 불로소득은 노력과 기여의 대가가 아닌데다 이런 부류의 소득을 세금으로 징수하지 않으면 그만큼 생산 유통 노력소득 등 사회에 이로운 대상에서 세금을 거둘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대조세제는 자본주의 정신에 가장 부합한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조금만 생각해 보면 생산적 노력의 결과인 소득과 부에 세금을 매기는 것은 사유재산제와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부가가치세 등 유통에 부과하는 세금도 시장을 자유롭지 못하게 한다. 사유재산제와 맞지 않고 시장기능을 저해하는 이런 세금은 정부의 유지를 위해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면 가급적 걷지 않는 것이 좋다. 진정한 토지공개념은 지대조세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현재와 같은 토지사유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국세로서 '국토보유세'를 신설하고 세율을 점차 높이면서 그만큼 부가가치세 등 나쁜 세금부터 없애거나 줄여나가면 된다. 개혁은 무슨 기발한 아이디어를 실천하자는 것이 아니다. 현실의 이해관계로 인해 왜곡된 원론을 바로 세우자는 것이다. 무엇이 진정한 자본주의인지,무엇이 진정한 토지공개념인지 원론부터 생각해 볼 때다. /yskim@knu.ac.kr 헨리조지학회 회원 --------------------------------------------------------------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