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찍으려고 합니다만 어디를 가야 대형 광고탑을 찾을 수 있을지요?" "글쎄요, 우리 회사는 그런 것을 세워 놓은 곳이 없어서…" 도쿄 돔 야구장을 지척에 끼고 있는 도요타자동차의 도쿄 본사.취재차 이곳을 찾았다가 사진 찍을 만한 장소를 추천해 달라고 부탁한 기자에게 기타가와 데쓰오 해외홍보부 주임이 들려 준 답의 첫마디는 '스미마셍(미안합니다)'이었다. 회사 방침상 그러한 광고·선전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아 머리에 떠오르는 곳이 없다는 답변이었다. 그의 답은 거짓이나 엄살이 아니었다. 신주쿠,이케부쿠로,긴자,가스미가세키….인파가 거대한 물결을 이루는 도쿄 도심의 그 어디에서도 도요타 광고탑은 보이지 않았다. 거리를 굴러다니는 자동차 두 세대 중 한 대가 도요타 마크를 달고 다녔지만 도요타의 이름과 이미지를 뽐내는 장식물은 찾을 길이 없었다. 기업의 토털 파워에서 도요타에는 긴 설명이 필요 없다. '재팬 넘버 원'임은 물론이요,도요타식 학습과 수술을 배우려는 수많은 기업,관청과 단체들에는 교과서 그 자체다. 그러나 돈과 인재,실력을 모두 갖춘 기업이면서도 도요타는 자신을 되도록 드러내지 않는다. 형형색색의 광고물이 거리를 뒤덮어도 제 갈 길만 간다. 일본 전문가들은 도요타의 특징 중 하나로 철저한 소명의식과 실리주의를 들고 있다. 제조업 기업이라는데 강한 자부심을 가진 도요타 맨들에게서는 오직 좋은 차를 소비자들에게 값싸게 공급하겠다는 의지가 넘쳐난다는 것이다. 매출과 순익에서 일본 최고를 달려도 도요다 쇼이치로 명예회장은 "도요타는 시골 회사"라고 강조한다. "도요타는 강한 회사"라는 표현도 쓰지 말아 달라고 언론에 당부할 정도다. 도요타 학습열은 한국에서도 뜨겁다. 보고 배우겠다며 생산현장까지 달려간 한국인의 숫자도 작년 한햇동안 2천명에 달했다. 하지만 일본 최강의 기업이 시골 회사라며 겸손해 하는 이유와 속내를 눈여겨보지 않는 한 학습은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도요타 유전자의 핵심은 6만5천여 도요타맨들의 마음가짐에 있기 때문이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