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20년 집사'인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손길승 SK그룹 회장으로부터 11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이에 앞서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현대그룹으로부터 1백50억원을 받았다는 이유로 영어의 몸이 됐다. 두 사람이 거액을 수수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공통점은 모두 1억원짜리 양도성예금증서(CD)로 돈을 받았다는 점. 서민들로선 '도대체 CD가 뭐길래?'라는 질문이 나올 수 밖에 없다. CD란 Certificate of Deposit의 줄임말이다. 일종의 정기예금이지만 은행은 통장 대신 예금증서를 발행해 준다. 정기예금과 다른 점은 은행에서는 중도 해지가 불가능하다는 점. 만기 전에 돈이 필요한 사람은 증권사 등 유통시장에서 팔아야 한다. 그래서 양도성예금증서라는 이름이 붙었다. 1961년 미국에서 처음 선보였으며 우리나라에서는 1984년부터 발행되고 있다. 지난 10일 현재 발행잔액은 27조2천6백46억원. 대부분 은행의 최저 가입금액은 1천만원 이상이다. 만기는 30일 이상으로 대부분 은행은 2년 이내로 만기를 제한하고 있다. CD가 비자금이나 검은돈 거래 때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기명ㆍ뛰어난 환금성ㆍ거액거래 가능' 등 세 가지다. 그중에도 첫째는 무기명이라는 점. 지난 93년 금융실명제가 도입된 이후에도 유통시장에서 거래되는 CD는 실명 확인을 하지 않고 있다. 최초 발행자와 만기 때 돈을 찾는 사람의 경우에만 실명 확인을 하고 있다. 유통시장에서 CD를 사고 팔면 신분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 셈이다. 환금성이 뛰어나다는 점도 매력이다. CD유통시장은 상당히 활성화돼 있다. 마음만 먹으면 만기 전 언제라도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 여기에 거액 거래가 기본이라는 점도 검은돈을 유혹하고 있다. 최저 발행금액은 대개 1천만원이지만 대개는 1억원 이상씩 발행된다. 유통시장에서는 보통 5억원 이상 거래된다. 거래금액이 이처럼 많다보니 1백억원이 넘는 비자금 등을 거래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이런 장점으로 인해 대부분의 금융사고나 비자금사건, 변칙 증여나 상속에서 CD가 끼지 않은 적이 거의 없다. 전두환ㆍ노태우 전 대통령도 거액의 비자금을 CD를 통해 은닉한 것으로 밝혀졌다. 장영자 어음부도사건ㆍ나라종금 퇴출저지 로비사건에서도 어김없이 CD가 등장했다. 또 92년엔 옛 상업은행 명동지점장이 돈을 입금시키지도 않은 채 CD(무자원 CD)를 발행하다가 자살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