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초 홍보(PR)대행사 플레시먼힐러드코리아에 입사한 김윤영씨(26)는 대학때 경제학을 전공했다. 미국 미시간대를 나와 영어와 중국어에도 능통한 김씨는 미국 공인회계사 자격증(AICPA)까지 갖고 있는 재원이다. 대개 신문방송학과나 국문학과 출신자가 많은 PR업계에선 희귀한 케이스인 셈이다. 김씨가 요즘같은 취업난속에 '입사 축하한다'는 말보다 '왜 회계법인에 안 가고 PR회사에 갔느냐'는 소리를 더 많이 듣는 것도 이 때문이다. "논리적이고 실용적인 학문이 좋아 경제학과를 선택했고 언젠가 쓸모가 있을 것 같아서 회계사 자격증을 땄어요. 하지만 틀에 박힌 업무로 창의성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회계사 일은 제 적성이 아니였어요. 전 매일 숫자와 씨름하기보다 사람들 많이 만나서 이야기도 하면서 활동적으로 살고 싶거든요." 학교에서 쌓은 경제 지식도 살리면서 활동적이고 창조적인 일을 찾기 위해 김씨는 올초 AICPA 자격증을 딴 후 컨설팅회사 등에서 4개월 가량 인턴으로 일했다. 그러다 지난달 외국계 금융회사의 PR업무를 확대중인 플레시먼힐러드코리아에서 금융 전문 인력을 구한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딱 제 일이구나 싶었어요.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저로선 예전부터 커뮤니케이션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모든 관계의 성패는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달려있잖아요. 학부때 전공을 살리면서 관심있는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 당장 지원서를 냈습니다." 지난 6일 입사, PR업계에 입문한지 한달도 채 안됐지만 김씨는 "PR는 여성들이 남성에 비해 비교 우위를 가질 수 있는 분야"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우선 첫 만남부터 '부드러운' 이미지의 여성들이 '공격적' 이미지의 남성보다 훨씬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는게 그의 얘기다. 그는 특히 "한국처럼 '남존여비' 사상이 남아 있는 사회에서 여성들의 생존법은 남다르다"며 "'아' 다르고 '어' 다른 미묘한 차이를 남성보다 빨리 감지해낼 수 있고 언어를 다루는데도 능숙하다"고 말했다. 또 "고객 회사의 이미지를 만들어가고 이를 전략적으로 홍보하기 위해 필요한 창의성이나 기획력, 유연한 사고 측면에서도 적응력이 뛰어난 여성들에게 강점이 있다"고 주장한다. 김씨는 "어떤 회사,어떤 직업이든 자신이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는게 중요하다"며 "여성들은 여성만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분야에 집중 도전해 보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방실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