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고의 전자업체를 꼽으라면 대부분 소니를 떠올린다. 브랜드 인지도에서는 소니가 가장 앞서는 게 맞다. 하지만 순이익 주가 시가총액 등을 짚어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카메라와 복사기를 주력으로 하는 캐논이 1위 자리에 올라 있다. 소니는 지난 4~6월 불과 11억엔의 순이익을 내는데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98%나 급감했다. 이에 비해 캐논은 상반기에 지난해보다 74.5% 늘어난 1천2백77억엔의 순이익을 올렸다. 시가총액도 캐논은 지난 15일 현재 4조7천7백억엔으로 소니(3조6천2백억엔)를 1조엔 이상 앞서고 있다. 소니가 실적 악화를 견디지 못해 30대 직원들에게까지 명예퇴직 신청을 받기로 했다고 발표할 때 캐논의 미타라이 후지오 사장은 자신있게 '종신고용 유지'를 선언했다. 캐논의 '대약진'은 1999년부터 시작됐다. 동력은 '도요타 방식'. 당시 미타라이 사장은 우연한 기회에 야마타 히도시 일본PEC(생산교육센터) 소장으로부터 전자제품 생산라인에 도요타 방식을 도입해 보라는 권유를 받는다. 야마타는 다름아닌 도요타 방식의 창시자. 도요타의 나카야마 공장을 둘러본 미타라이 사장은 무릎을 쳤다. 미타라이 사장은 도요타 방식의 골자중 하나인 '무다(ムダㆍ낭비) 제거'를 위해서는 주문형 생산체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보고 컨베이어 라인을 셀(Cell) 방식으로 바꿨다. 1개 생산라인에서 5개의 차종이 나오는 도요타의 멀티 생산시스템을 응용한 것이다. "직원들이 컨베이어 벨트 없는 공장은 상상할 수 없다며 강력하게 반발했어요. 하지만 미타라이 사장은 '결코 저항하려 하지 마라'는 말로 일축하고 밀어붙였습니다. 그 결과 전세계 캐논 공장은 어디에도 컨베이어 벨트가 없어요. 총 길이 21만m의 컨베이어 벨트를 완전히 철거해 셀 방식으로 전환한 것입니다."(요시다 마사오 생산혁신추진팀장) 캐논은 판매회사의 수익을 악화시키는 일본 전역의 47개 자동창고도 없앴다. 그 자리는 'DDD(Direct Delivery to Demand)'로 불리는 도요타 물류 시스템이 들어섰다. 캐논은 1999년 전세계 공장에 셀 생산 방식을 도입한 이후 지난해까지 매년 최고의 순이익 달성이라는 기록을 이어오고 있다. "도요타는 업계의 벽을 뛰어넘어 일본 제조업계에 혁신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도요타만 흉내낼 수 있어도 그 기업은 성공합니다."(소마 이쿠오 캐논 광학기기사업 본부장) 이바라키현=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