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으로 일반 소액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입힌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은 '작전세력'에 대해 민사상 손해배상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이는 지난 2월 1심재판부가 "피해자들에게 21억원을 배상하라"고 내린 판결을 뒤집는 것이어서 판정기준을 놓고 적지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현행 증권거래법에는 시세조종 피해액과 손해배상액 산정방식에 대한 규정이 없어 감정인과 피해액 산정방식에 따라 재판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실정이어서 이에 대한 보다 객관적인 기준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서울고법 민사1부(재판장 이성룡 부장판사)는 김모씨 등 주식투자자 3백42명이 "세종하이테크의 시세조종으로 손해를 봤다"며 이 회사 대표 최모씨(60)를 비롯한 작전세력 8명과 관련 투신사 및 증권사 등 6개 법인을 상대로 낸 22억여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1심을 깨고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16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1심의 판결근거를 제공한 감정인은 액면분할과 액면분할 공시가 주가상승에 미친 영향을 고려하지 않아 적정손해액을 산정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시세조종으로 나타난 '실제주가'가 시세조종이 없다고 가정하고 추정한 주가그래프상에서 나타난 '정상주가'보다 높았던 날은 작전기간인 1백17일중 3일에 불과하기 때문에 시세조종으로 주가가 큰 영향을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시세조종으로 인한 손해액은 '시세조종이 없었을 경우 투자자가 매수했을 가격'(정상주가)과 '시세조종에 따라 투자자가 실제 매수한 가격'(실제주가) 사이의 차액으로 보는 것이 보다 타당하다고 보고 이를 피해액 추정에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코스닥 등록종목이던 세종하이테크는 지난 2000년 1월 주가조작으로 11만원선이던 주가를 3월말께 33만원까지 끌어올렸다. 당시 작전 종료후 주가는 15만원 대로 수직하락했다. 검찰수사 결과 작전세력의 시세차익 규모가 최소 3백90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었다. 이후 선의의 피해를 주장한 투자자들은 지난 2000년 집단으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21억여원의 승소 판결을 받았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