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신행정수도건설특별조치법 등 이른바 '3대 개혁특별법안'은 적지 않은 문제를 안고 있다고 본다. 지역균형발전을 통해 국가경쟁력 강화를 추구한다는 명분은 그럴 듯하지만,충분한 사업타당성 검토도 없는 데다 지자체들간 이해갈등까지 겹쳐 더욱 논란이 뜨거울 것 같다. 우선 신행정수도건설 문제만 해도 그렇다. 누차 지적했지만 무엇보다 먼저 신행정수도의 성격부터 분명히 해야 옳다. 신행정수도 연구단이 건의했 듯이 청와대와 중앙행정기관은 물론이고 국회와 외국공관까지 옮겨 간다면 '신행정수도 건설'이 아니라 '수도이전'이라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이는 대선공약 차원에서 결정할 일이 아니라 국민투표에 부쳐야 할 그야말로 중차대한 문제다. 남북통일 고속철개통 등을 감안하면 과연 추진할 필요가 있는지조차 의문이다. 게다가 당국은 내년말까지 신행정수도 최종 후보지를 확정할 모양인데,이같은 추진일정은 외국의 예를 들지 않아도 지나치게 서두른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막대한 재정부담도 결코 간과해선 안된다. 신행정수도 건설에 엄청난 비용이 들어갈 것이 분명한데,가뜩이나 경제사정도 어려운 판에 그렇게 조급하게 추진해야 할 이유가 없다. 수도권에 있는 공공기관의 단계적인 지방이전을 지원하기 위해 해마다 5조원 규모의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를 운용하는 것도 부담이 크긴 마찬가지다. 지역균형발전을 국내차원에서만 보는 당국의 편협한 시각에 근본적으로 우리는 의견을 같이 하지 않는다. 특정 지역이나 도시가 국경을 넘어 인접국가의 지역 또는 도시와 경쟁을 하는 글로벌시대에,지방육성을 위해 수도권을 규제해야 한다는 식의 이분법적인 발상은 오히려 국토의 불균형발전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 "수도권에 공장증설을 허용하지 않는 경우 기업이 해외로 가겠다면 LG필립스의 파주공장 허용처럼 국무회의에서 사례별로 증설허용 여부를 심의해 결정하겠다"는 고건 총리의 발언은 이같은 모순을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공장 하나 짓는데도 일일이 국무회의를 거쳐야 한다면 국가경쟁력 운운하는 것조차 부끄러운 일이다. 게다가 객관적인 기준이나 원칙도 없이 사례별로 허용여부를 결정할 경우 특혜시비가 일어날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신행정수도 건설은 물론이고 수도권 공공기관 이전 등도 충분한 타당성 검토 없이 졸속으로 추진할 경우 얼마나 큰 부담을 떠안게 되는지 정부는 과거의 실패경험에서 교훈을 얻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