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하면서 재미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사의 찬미''애니깽' 등에서 저는 항상 격정적이고 드라마틱한 역할만 했잖아요.이제는 밝고 통쾌하게 연기하고 소리내고 싶어요." 1980년대 영화계를 주름잡았던 '교수님' 장미희(45)가 꽃뱀이 돼 돌아왔다. SBS 새 일일드라마 '흥부네 박터졌네'(27일 오후 9시20분 첫방송)에 출연하는 장미희는 "이제 의미 부여보다는 자유롭게 연기하고 싶다"며 과감하게 푼수끼 있는 밤무대 여가수 역을 맡았다. "꽃뱀이라는 표현은 잘 안 어울리는 것 같아요.그것보다는 연애대장이라고 할까요. 사랑하고 사랑받는 게 삶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여자죠.진짜 꽃뱀과 같이 이해타산적이고 영리하진 못해요.귀엽고 순진한 '착한 꽃뱀'이죠." 장미희가 그동안의 이미지를 벗고 변신을 시도하는 건 학교에서 제자들에게 받은 자극 때문이다. 그녀는 현재 명지대학교 연극영상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연기를 오래 하면 연기가 직업이 돼서 틀에 박힐 위험이 큰 것 같아요.학교에 있으면 그런 위험에 알람이 켜지죠.젊은 학생들이 지루하지 않도록 수업을 이끌려면 항상 새로운 무엇인가를 찾아내야 하니까요.학교는 저에게 재충전하고 자극받을 수 있는 공간입니다." 그렇다면 교수 장미희는 자신의 연기를 어느 정도로 평가하고 있을까. "위대한 작가들은 시로 작품활동을 시작해서 소설 산문을 거쳐 다시 시로 돌아가죠.여기서 시처럼 되는 게 참 어려운 거예요.저는 굳이 말하자면 거친 산문쯤 되지 않을까요." 그녀는 이번 작품이 2000년대 새로운 장미희의 이미지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한다. "제 이미지는 10년 주기로 변하는 것 같아요.80년대는 진지한 여배우였다면 90년대 장미희는 '떡 사세요'나 '아름다운 밤이에요'가 표현해주죠.(웃음) 2000년대부터는 뭔가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아직 결혼하지 않은 이유를 물었더니 자신있게 프로포즈한 남자가 없었단다. 그녀는 "함께 뜰을 가꾸고 소박한 밥상을 차려 먹을 수 있는 친구 같은 남자가 프로포즈한다면 결혼하겠다"고 말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