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내 마음의 정원 .. 김형아 <하이에치알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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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hrceo@hr.co.kr
"내가 커서 엄마처럼 어른이 되면 우리 집은 내 손으로 꾸밀거예요.울도 담도 쌓지 않는 그림 같은 집 언제라도 우리 집에 놀러오세요."
아름다운 꽃과 멋진 과일나무가 한 가득인 키다리 아저씨의 정원 문이 동네 아이들에게 활짝 열리고 마음껏 뛰놀았다는 동화와 함께 어렸을 적 자주 불렀던 동요다.
너른 마당에서 언제든지 편하게 뛰놀고 싶은 바람이 커가면서는 학교운동장과 교정에 대한 추억으로 옮겨졌다.
캠퍼스의 잔디밭에 모여 앉아 미래 사회에 대한 변화와 각자의 장래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를 얘기하며,어른이 돼서도 타성에 젖지 말고 핑계나 거짓말 같은 걸 하지 말자고 다짐도 했던 것 같다.
이제 어른이 되어 여유 없는 삶 속에서 문득 변화의 속도를 쫓아가기 급급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마음 한 켠에 간직해 온 아름드리나무와 푸른 잔디의 넓은 마당도 잊혀진 채로 경쟁과 승부만을 겨루는 데 익숙해져버린 지 오래다.
게다가 빼곡한 빌딩들 속에서 묻혀 살다보니 내 마음의 정원은 점점 더 멀어지기만 했다.
여유가 없어지는 속도만큼이나 사람에 대한 따스한 시선과 배려도 점점 상실되는 것 같아 안타까움이 컸던 터에 동료들에게 "우리가 무엇 때문에 일을 하는가?"라고 물었다.
우리가 하는 일,기업이 쾌적한 경영환경을 유지,발전시키도록 하는 일을 지원해야 하는 사람들이 정작 일과 꿈,꿈과 현실이 괴리되어서는 본분을 다하지 못할 것 아니겠는가.
우리들부터 일상의 여유와 쾌적함을 확보해야 일의 성과나 질도 높아지지 않겠는가.
그래서 오랜만에 마음 한 켠에 먼지가 쌓인 채 멈춰져 있던 너른 마당에 대한 소망과 사람에 대한 따뜻한 마음을 환기하고 싶어 답답한 빌딩으로부터의 탈출을 시도했다.
어릴 적 꿈처럼 울도 담도 쌓지 않고 울창한 사철나무와 주렁주렁 감이 열린 너른 마당이 있는 건물로 회사를 옮겼다.
규모야 대형 빌딩을 사옥으로 마련한 기업에 비하면 어림없을 터이지만,일과 어린 시절의 넉넉한 꿈을 함께 해갈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졌다는 생각에 기쁨이 커진다.
이제 우리 회사의 정원에서 동료들은 샘솟는 열정으로 일하고,고객사들은 언제라도 찾아와 경영의 애로와 사람에 대한 고민을 자유롭게 털어 놓을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키다리 아저씨처럼 문을 활짝 열어 맞이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