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신용등급이 중국보다도 낮아져 아시아 경쟁국중 최하위 수준으로 밀렸다니 참으로 암담한 기분이다. 더구나 무디스는 재신임 국민투표 문제가 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행되면 등급을 내릴 수도 있다고 밝혀 참담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무디스는 "외국인투자가 급증하고 수출이 호조인데다 외환보유액도 크게 늘었다"며 중국 국가신용등급을 'A3'에서 'A2'로 올렸다. 홍콩은 한꺼번에 2단계나 상승했다. IMF사태 같은 국가위기상황을 맞은 것도 아닌데,자본주의를 도입한지 얼마 되지도 않고 소득수준도 훨씬 낮은 중국에조차 신용등급이 뒤지는 현실을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더욱 암울한 것은 현 경제상황이 좋지 않을 뿐 아니라 조만간 호전될 조짐도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호전은 커녕 KDI가 올해 성장전망치를 2.6%로 또다시 끌어내리는 등 오히려 악화돼가기만 한다. KDI는 당초 올 성장전망을 4.2%로 잡았다가 지난 7월 3.1%로 내렸었다. 특히 미국 일본 등 주요선진국 경제가 회복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가 침체국면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가 크다. 미국 GDP성장률은 2분기 3.1%를 기록한데 이어 내년엔 4%대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고 일본도 2분기 성장률이 3.9%에 달하며 장기불황 터널을 빠져나오고 있다. 중국은 올해도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고 유럽경제 역시 기지개를 펴고 있다. 유독 한국만 뒷걸음질치고 있는 셈이다. 경제가 수렁에 빠진 주원인이 정책의 불투명성과 정치혼란에 있다는 사실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 정부의 시행착오와 위기관리 능력 부재 탓으로 노사분규와 물류대란이 한해 내내 계속됐고 여야간 극심한 정쟁도 경제의 발목을 잡았다. 이런 상태가 더 이어진다면 결과가 어찌 될지는 너무도 뻔하다. 그런데도 재신임투표다, 정치자금 수사다 해서 혼란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정말 답답한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