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집마다 한번쯤 겪는 일중 한가지는 영수증 분실로 인한 소동이다. 분명히 낸 듯한데 안냈다고 하고 영수증은 찾을 길 없으면 난감하다. 안냈으니까 없다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냈다 싶으면 억울하기 짝이 없다. 종이영수증은 잘 두면 괜찮지만 바쁜 일상에 쫓겨 어디 뒀는지 기억하지 못하거나 잃어버리면 엉뚱한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 인터넷 뱅킹이 등장하면서 이런 위험은 많이 사라졌다. PC뱅킹을 이용하면 언제 어디에 얼마를 내고 보냈는지,누구에게 얼마를 받았는지 일목요연하게 드러나므로 영수증을 챙겨놓지 않아도 되는 까닭이다. 아파트 관리비는 물론 신문구독료같은 지로 요금도 인터넷으로 내면 시간은 물론 가계부 정리에 드는 노력도 줄어든다. 회사나 단체,모임도 마찬가지다. 비용이나 회비를 인터넷으로 처리하면 은행 창구에서 기다릴 일도,은행시간을 놓쳐 마감일을 어길 일도,누가 돈을 냈는지 확인하러 은행에 갈 일도,영수증이 부족해 장부 정리에 곤란을 겪을 일도 없다. 서울시가 세금과 과태료 납부 체계를 온라인 시스템으로 전면 개편,내년부터 인터넷 뱅킹을 이용하는 경우는 물론 은행에서 종이고지서로 내도 내역을 즉시 전산입력해 종이영수증을 필요없게 만든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내는 즉시 어디서나 납부 여부를 확인할 수 있고,시는 영수증 발행 등에 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납세자는 5년간 영수증을 보관해야 하는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을 이용한 온라인 시스템이 활성화되면 영수증뿐만 아니라 종이 청구서나 고지서도 없어질 수 있고 결과적으로 정부나 기업은 종이값 인쇄비 발송비 등을 절감할 수 있다. 카드사 이동통신사 등에서 e메일 청구서를 받으면 마일리지보너스 등을 주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종이영수증을 잃어버릴까 신경쓰지 않아도 되면 편할 것이다. 그러나 영화 '네트'에서 주인공의 신상이 완전히 바뀌는 것처럼 컴퓨터의 기록은 관리자 혹은 기계로 인해 언제든 달라지거나 삭제될 수 있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자면 인터넷상의 영수증을 프린트해둬야 한다는 얘기인데 그건 더 귀찮을 지도 모른다. 완벽한 체제는 없는 모양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