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保상장 또 무산] 정부 '눈치보기'…예견된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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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보험회사 상장 방안이 상장차익 배분을 둘러싼 주주(회사)와 계약자(시민단체)측 사이의 이견을 해소하지 못한채 또다시 무산됐다.
이에 따라 생보사 상장논의가 시작된 지난 89년 이후 상장을 전제로 연기돼 온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의 수천억원대 법인세 납부,삼성자동차 채권 처리 문제 등을 놓고 일대 후폭풍이 불가피해졌다.
정부 주무기관인 금융감독위원회는 '15년 숙제'를 이번에도 풀지 못하게 된 이유로 양쪽 이해당사자간 입장이 워낙 팽팽하게 맞서 절충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밝혔지만,양쪽 눈치를 살피며 결정을 미룬 것 자체가 정부의 '직무유기'라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 책임 논란 거세질 듯
핵심 쟁점인 계약자 몫에 대한 분배를 놓고 대립해온 관련 회사와 소액주주 운동파 시민단체들 모두 정부의 무책임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상장을 추진해 온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측은 "자문위가 제시한 방안은 분명히 주식회사인 생보사의 성격 규정부터가 잘못돼 있으므로 수용할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조중근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사무처장도 "정부가 생보사에 대해 주식회사로서의 성격을 인정했다면 당연히 상장도 법대로 이뤄지도록 하는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반면 소액주주 운동을 벌이고 있는 참여연대의 김상조 경제개혁센터 소장은 "생보사는 성격상 상호회사의 측면이 강한 만큼 상장차익을 보험계약자에게 일정 부분 나눠주는 게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주식회사 원칙 등에는 합의
나동민 생보사 상장 자문위원회 위원장(KDI 금융경제팀장)은 "권고안을 내지는 못했지만 이번 논의과정에서 생보사와 시민단체 등이 모두 자산재평가에 따른 유보액이 계약자 몫이라는 점에 합의한 것은 진일보한 성과"라고 말했다.
교보와 삼성생명이 지난 89년과 90년 상장을 전제로 각각 재평가한 뒤 내부유보로 돌린 7백3억원과 8백78억원은 계약자 몫이라는 점을 양측이 인정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 자금이 이후 회사의 성장에 기여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재평가 유보이익이 회사 성장에 기여한 게 분명하며,따라서 일부 상장차익을 계약자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반면 업계는 생보사는 명백한 '주식회사'이기 때문에 상장차익을 계약자에게 돌려줄 수 없다는 입장을 시종일관 지키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법적으로는 계약자 배분을 인정하지 않지만 실제로는 계약자에게 일부 차익을 돌려주는 공익재단 출연방안을 '절충안'으로 타진했으나 업계는 "원칙에 맞지 않는다"며 거부했다.
업계에서는 그러나 자문위가 "상법과 보험업법상 주식회사인 생보사 계약자는 보험금 및 이익배당청구권 등 채권만을 보유하고 있다"고 인정한 것을 성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법인세 등 후폭풍 뒤따를 듯
가장 먼저 닥쳐올 파장은 법인세 문제다.
89년과 90년 상장을 전제로 한 재평가 차익에 대해 정부는 상장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6차례나 법인세 납부를 연기해줬다.
이는 90년대초 정부가 증시의 물량부담을 감안해 상장을 막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김진표 경제부총리가 직접 나서 "원칙대로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말까지 상장하지 않으면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 규정에 따라 법인세를 받겠다는 게 재경부의 공식입장이다.
이에 따라 삼성생명과 교보가 내야할 법인세는 그동안의 납세 연기에 따른 가산세까지 계산할 경우 각각 2천9백41억원과 2천1백40억원에 달해 경영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자동차 부채처리도 난항에 빠지게 됐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채권단 손실보전을 위해 내놓은 3백50만주를 당분간 처리하기 어렵게 됐다고 판단한 서울보증보험 등 채권단은 이날 상장안이 또다시 무산된 것으로 최종 확인되자 손실보상을 위한 법적조치에 들어가기로 했다.
이와 함께 자산관리공사가 실질적인 소유권을 갖고 있는 교보생명 주식 매각도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이성태.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