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향하는 전력산업] 전력수급 안정화 선진국 안부럽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올들어 미국 이탈리아 등에서 대규모 정전사고가 잇따르면서 국내에서도 전력 수급 안정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8월 세계 경제의 심장부인 미국 동북부 지역이 갑작스러운 정전사태로 인해 암흑 천지로 돌변한데 이어 9월에는 이탈리아 전역에서 정전사고가 발생하면서 안정된 전력 공급의 중요성이 한층 강조되는 분위기다.
산업자원부와 한국전력은 이와 관련, 국내 전력 수급이 선진국과 비교하더라도 '대체로 안정적인 수준'이라고 강조한다.
전력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고 현재 진행중인 발전회사 민영화로 인한 전력 수급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없지 않지만 장기적인 계획에 따라 전력 공급이 이뤄지고 있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국내 전력소비량은 27만8천4백51GWh로 2001년에 비해 8.0% 증가했다.
1인당 전력 소비량도 5천8백45kWh로 전년에 비해 7.4%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추세라면 2015년 전력소비량은 39만1천9백50GWh에 달해 2002년보다 40% 이상 증가할 것이라는게 산업자원부의 추정이다.
정부는 현재 전력예비율(전체 발전량에서 쓰고 남은 발전량이 차지하는 비율)을 최소 13% 이상으로 유지한다는 계획 아래 장기적인 발전소 건립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2015년까지 원자력발전시설 12기를 비롯해 석탄 15기, LNG 20기, 석유 12기, 수력 23기 등 모두 82기의 발전설비를 추가로 확보키로 하고 기본적인 건립 계획을 확정해 놓은 상태다.
2002년 설비(5천3백8만1천kW)를 기준으로 할 때 2천5백25만4천kW(46.9%)의 전력을 추가로 생산할 수 있는 발전설비를 건설하겠다는 구상이다.
산자부 관계자는 "발전시설이 민영화되더라도 이미 확정된 발전설비 건설 계획은 정부 감독 아래 민영화된 회사가 추진하게 된다"며 "시설 부족으로 인한 전력 공급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전은 이와 함께 미국 이탈리아처럼 송전설비 노후화로 인한 정전 가능성 역시 국내에선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미국의 경우 발전부문과 송전부문을 강제 분리한 뒤 송전망을 운영하는 회사들이 망(網) 유지ㆍ보수를 위한 투자를 게을리하면서 설비가 노후화돼 정전사태가 빚어졌다는 관측이지만 국내의 경우 사정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한전이 진작부터 전력 수요 성장에 맞춰 지속적인 송전부문 투자에 나선 결과 현재는 전력 선진국들과 비교해도 안전성에서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것.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는 지방에 편재돼 있는 반면 소비지는 대부분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완벽한 송전시스템 유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재 전력 소비의 43% 정도가 수도권에서 이뤄지고 있다.
또 송전시스템 업무가 한국전력과 한국전력거래소로 이원화돼 있는데 따른 업무 협조 원활화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송전선로 건설 및 유지ㆍ관리 업무를 맡고 있는 한전과 계통운영(SO) 업무를 담당하는 전력거래소가 돌발 상황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얘기다.
한전 관계자는 이와 관련, "적극적으로 송전설비를 유지ㆍ관리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미 송전망 운영시스템 안정화 대책을 마련하고 있어 미국과 같은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규모 정전사태에 대비해 단시간 내 고장을 복구할 수 있는 대비책도 세워 놓았다"고 강조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