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에서 다시 다우존스 공업평균지수 1만 돌파 얘기가 나오고 있다. 다우지수는 지난주 후반에 조금 밀려 17일 9,721.79로 마감했지만 언제 1만 고지에 안착할지가 관심사로 부상했다. 주 초반만 해도 두세번만 더 점프하면 쉽게 오를 것 처럼 보일 정도 였다. 하지만 주중에 발표된 IBM,이베이 등 기업들의 3분기 수익이 시장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 넣는데 실패하면서 시간이 더 필요하게 됐다. 나스닥도 1,912.36으로 하락했다. 다우지수가 처음으로 1만선을 뚫었던 것은 4년 반 전인 1999년 3월이었다. 정보기술(IT) 거품이 고조되던 당시 1만을 돌파했던 다우는 단숨에 1만1,700까지 솟았다.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말대로 '비이성적 흥분'의 시대였다. 그후 다우지수는 2002년 5월까지 35번에 걸쳐 1만선을 오르내리는 조정을 거치다 결국 7,200까지 미끄러지는 침체의 늪으로 들어갔다. 30년만에 겪은 최악의 장세였다. 그러던 다우가 1년 전부터 고개를 들기 시작,다시 1만선 회복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처음으로 1만선을 돌파했던 4년 반 전과 지금은 증시 주변 여건이 많이 달라졌다. 당시보다 금리는 낮다. 10년짜리 재무부 채권 수익률이 당시의 연 5.2%보다 낮은 4.4%를 기록하고 있다. 낮은 금리는 증시로 돈을 몬다. 당시에는 기술주 및 통신주 등 특정 종목이 주가 상승을 주도했지만 지금은 다양한 종목이 고르게 오르고 있다. 배당소득세율도 당시에는 최고 38.6%(소득합산과세)였지만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감세조치로 15%로 떨어졌다. 자본이득세(유가증권및 부동산 차익과세)도 최고 20%에서 최고 15%로 낮아졌다. 그러나 주가수익비율(PER)이 22배로 과거 평균치를 웃돌아 기업수익이 기대에 못미치거나 경제지표가 실망스럽게 나올 경우 주가는 언제든지 함몰될 가능성을 안고 있다. 기술주는 당시처럼 급등,과다 상승 우려를 낳고 있다. 경제성장도 당시와 성격이 조금 다르다. 당시에는 기업들의 폭발적인 IT투자가 성장의 원동력이 됐다. 지금은 침체에서 빠져나왔지만 일자리를 만들지 못하는 제한적인 회복 경제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선임 이코노미스트인 피트 크레츠머는 "제한적인 성장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며 "주가를 절제있게 밀어올린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면도 있다"고 평가했다. 당시와는 다른 요인들이 주가에 어떤 식으로 반영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처음으로 1만선을 뚫던 당시에 비하면 지금은 투자자들의 얼굴에서 흥분을 읽을 수 없다. 1만선에 접근하는 시장을 차분하고 신중하게 바라보고 있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