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이치현 이치노미야시에 있는 이치노미야 여자단기대학. 우리나라로 치면 전문대학에 해당하는 이 학교에서는 학생은 물론 교직원들까지 가슴에 이름표를 달고 다닌다. 심지어는 학장의 옷깃에도 이름표가 붙어 있다. 기업에서 임직원들에게 신분증을 패용하고 다니게 하는 것과 유사하다. 교수연구실을 돌아보면 더욱 놀랍다. 마치 내무사열 직전의 군대 내무반처럼 정리정돈이 잘돼 있다. 책상 위에는 학생을 가르치는데 필요한 자료 외에는 아무 것도 올려 놓지 못한다. 책상 아래에 물건을 놓아 두어서도 안된다. 문에 게시물을 붙이는 것도 금지돼 있으며 창문 블라인드를 내려놓을 때는 항상 45도 각도를 유지해야 한다. 대학 캠퍼스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분위기다. 얼핏 보면 대학생 특유의 창의력과 유연한 사고가 도저히 길러질 것 같지 않을 정도로 경직돼 있다. 하지만 이 학교 졸업생들은 기업들에서 대환영을 받는다. 장기 불황 속에서도 지난해 졸업생 취업률 1백%를 기록했다. 때문에 지원자가 없어 신입생 모집에 애를 먹는 다른 단기대학과 달리 이 학교는 입학을 희망하는 고등학생들이 줄을 서 있다. "학교 운영에 도요타식 경영 마인드를 도입한 결과입니다." 야스에 요시타카 학장의 설명이다. 도요타 부장 출신인 그는 98년 학장에 취임하자마자 학교 운영의 틀을 뜯어고쳤다. 학교의 교육서비스는 자동차, 교수를 포함한 교직원은 생산라인에 있는 근로자, 학생은 자동차를 사는 고객으로 보고 개선 방안을 찾아 나섰다. 도요타의 전 품목 품질관리 전략 그대로 한 사람(부품)의 낙오자(불량품)도 나오면 안된다는 기본 목표를 세우고 먼저 교직원들에게 4S를 요구했다. 4S는 도요타가 가이젠(改善)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는 세이리(정리) 세이돈(정돈) 세이게츠(청결) 세이소(청소)의 머리글자. "저는 고객(학생)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교수를 포함한 교직원들이 항상 무엇인가를 개선하려고 노력해야 하며 이를 위해선 스스로의 의식개혁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책상정돈을 강조하는 것은 바로 그런 자세를 가지라는 뜻입니다"(야스에 학장) 실제로 이치노미야 여자대학 교수들은 매년 새로운 수업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한 해 전의 교육 프로그램과 다른 점을 쉽게 알 수 있도록 '강의계획'을 책으로 만들어 제출토록 하고 있다. 도요타가 최강의 기업이 된 데는 전사원의 개선 노력이 주효했다. 이치노미야 여자대학도 마찬가지다. 모든 학교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개선활동 참여를 유도해 '강한 대학'의 면모를 갖췄다. 이치노미야(아이치현)=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