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후 복구 사업을 잡아라.' 국제사회가 유엔의 이라크 결의안 채택 이후 5백억달러(세계은행 추정)에 달하는 복구 사업의 선점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를 위해 각국은 정치ㆍ경제적 이해득실을 따져가며, 군대 파병이나 자금 지원 등 대이라크 후속 지원조치를 속속 내놓고 있다. 이라크 지원 관련 각국의 구체적 지원 규모는 오는 23일부터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이라크 재건 지원국회의에서 그 윤곽이 드러난다. 50여개국이 참여하는 이번 회의에서는 전체 지원액과 국별 분담금이 확정돼, 향후 전후 복구사업에서 각국의 입지를 가늠해 보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라크 유엔결의안의 통과에도 불구, 일부 국가들은 국내 여론 등을 이유로 추가 지원에 난색을 표명, 이를 둘러싼 국가간 분열이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일본ㆍ스페인 적극적, 독ㆍ불ㆍ러는 지원 거부 =미국과 군사 및 정치적으로 동맹 관계가 깊은 나라들은 결의안 채택을 계기로 대이라크 지원에 발벗고 나섰다. 미국과 경제적 이해관계가 깊은 일본은 유엔의 대이라크 결의안 채택 이전부터 군대파견 및 경제지원을 약속했다. 일본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방일에 앞서 내년에 15억달러를 무상 지원하겠다고 밝힌데 이어 17일에는 향후 4년간 총 50억달러를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18일에는 항공자위대의 C130 수송기 3대와 대원 1백50명을 12월 중 쿠웨이트에 파견키로 하는 등 파병 일정도 구체화했다. 스페인은 17일 각료회의를 열고 이라크 재건을 위해 내년에 우선 1억6천만달러, 2005~2007년에 1억4천만달러 등 총 3억달러를 지원키로 결정했다. 터키는 지난 7일 의회에서 이라크 파병 동의안을 처리한 후 여론을 살펴가면서 파병 일정을 검토 중이다. 이에 반해 반전국가로 분류된 프랑스 독일 러시아 등은 결의안 통과 후 공동 성명을 통해 "이라크에 대한 추가 지원이나 파병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 복구사업 둘러싼 미국과 유엔의 힘겨루기 =지난 16일 채택된 유엔 결의안은 '다국적군의 이라크 파병과 각국의 재건비용 지원'을 골자로 하고 있으며, 복구사업의 경우 이라크를 통치하고 있는 과도통치위원회가 유엔 사무총장과 협의토록 다소 모호하게 규정했다. 따라서 향후 이라크 복구사업 발주와 집행 과정에서 미국과 유엔을 등에 업은 다른 국가들 간 마찰을 빚을 소지가 커졌다. 미국은 복구사업의 주도권을 겨냥, 이미 계약을 전담하는 부서를 바그다드에 신설했으며, 11월부터 가동에 들어간다. 새 부서는 연합군임시기구(CPA) 산하에 신설되는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오피스(PMO)로 복구 관련 각종 사업의 경쟁 입찰을 전담하게 된다. 이에 대해 유엔은 세계은행과 함께 별도의 신탁기금을 만들어 각국이 갹출하는 재건 비용을 관리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이 방안은 23일 열리는 마드리드회의에서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