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이치노미야 여자단기대학(전문대학) 학생들은 아침 등교 때 교직원들로부터 인사를 받는다. "잘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교원) "어서 오십시오. 감사합니다."(사무직원) 1백50여명의 이 학교 교직원들은 정문에 도열, 학생들에게 인사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학생들에게 친절을 솔선수범해 보이는 동시에 고객(학생)에 대한 서비스를 강조하기 위해 교직원들이 학생들에게 인사를 하도록 했습니다."(야스에 요시타카 학장) ◆ 학교는 회사, 교직원은 회사원, 학생은 고객 이치노미야대학의 학생들은 워드프로세서, 엑셀(Excel), 일본영어검정협회영어검정ㆍ일본한자능력검정협회한자검정 시험에서 공히 3급 이상의 자격증을 따야만 졸업장을 받을 수 있다. 학생들 뿐만이 아니다. 상근 교직원들 또한 이들 자격증을 의무적으로 취득해야 한다. 교직원들은 1년에 한번씩 학교에서 치르는 일반 상식 테스트도 통과해야 한다.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제대로 하려면 점원이 상품의 특성을 꿰고 있어야 하듯 교수들도 학생들에게 자격증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선 먼저 자격증을 취득해야 합니다."(영어담당 쓰비키 교수) 이치노미야대학은 '학교는 회사, 학생은 고객, 교직원은 회사원'이라는 인식아래 학생들이 전문 지식과 기술을 갖추고 취업할 수 있도록 입학때부터 세심하게 배려해야 한다. 강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교수들은 매년 새로운 수업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한해 전의 교육 프로그램과의 다른 점을 쉽게 알 수 있도록 매년 '수업 계획'을 책으로 내고 있다. 졸업후 취업때를 대비해 1학년때부터 기본매너를 가르친다. 일주일에 하루는 반드시 교복을 입고 등교하도록 규정돼 있다. 조리 교육을 담당하는 오오쯔 교수는 "학생들이 배움의 장소에 걸맞은 몸가짐을 갖도록 유도한다"며 갈색머리 염색을 한 학생에게는 취업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설득하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 문서화ㆍ표준화로 낭비 제거 '기획서는 B4 반장' '보고서는 A4 반장' 이 학교의 모든 행사나 활동은 B4로 시작해 A4로 끝난다. 입학식 오리엔테이션 해외연수 학원제(축제) 크리스마스콘서트 스키연수 졸업여행 졸업식 졸업기념파티 등 모든 행사는 문서로 기록된다. '5W 1H'는 보고서 작성의 기본이다. 읽는 사람이 가장 편리하게 알 수 있도록 문서를 작성해야 한다. 모든 행사를 문서화함으로써 개선할 점이 무엇인지를 찾아내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학교 업무는 1년 마다 반복된다. 사이클이 길 뿐 공장의 생산라인과 크게 다를 게 없다는게 이 학교 교직원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예컨대 지난 6월 4일에 작성한 12페이지 짜리 수학여행에 기획서에는 11월로 예정된 수학여행의 모든 준비과정이 일목요연하게 적혀 있다. 기획서에 잡혀있는 대로 9월 18일엔 수학여행지인 한국의 여행사 직원으로부터 안내를 받았으며 10월 4일에는 학교 체육관에서 보호자 대상 설명회를 가졌다. 예산뿐 아니라 인솔 교원들의 역할 분담까지 자세한 정보가 빼곡히 들어 있다. 학생들의 경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안내원 수를 줄이고 대신 교원들이 가이드 역할을 맡는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이 문서만 보면 내년에 누가 수학여행 계획을 짜든 쉽게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이런 개선 활동을 생활화할 수 있었던 것은 교직원들 모두가 도요타식 사고 방식으로 철저히 무장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 1인 다기능화로 효율 극대화 도요타 공장에서는 생산 근로자 한 사람이 빠져도 라인이 멈추는 일이 없다. 다기능을 갖춘 주변의 다른 근로자들이 업무를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치노미야대학도 이런 개념을 도입했다. 이 학원에는 단기대학뿐 아니라 고등학교, 유치원이 있다. 학원 이사장을 겸직하고 있는 야스에 학장은 조직 경직화를 막기 위해 1998년 학원내 급여 격차를 없앴다. 4개의 급여체계를 하나로 통합하고 인사 유동화를 꾀했다. 고등학교에서 유휴 인력이 발생하면 대학으로 데려와 활용하는 방식이다. 물론 직무에 따라 차등화된 수당을 지급함으로써 전문직 종사자에 대한 불만을 없앴다. 1인 다기능화를 추진함으로써 대학 인력을 30명 가량 줄였다. 교직원 평균 연령도 46세에서 36세로 크게 낮췄다. 학교 경영에도 손익 개념을 적용해 인력을 관리하고 있다는게 회사측 설명이다. 이치노미야대학은 이렇게 고정비 부담을 줄이는 대신 학생들의 교육환경 개선에는 과감하게 투자했다. 교실에 파워포인트로 강의할 수 있는 설비를 갖췄고 실습 교재를 더 많이 들여놓았다. 지난해 이같은 투자비로 10억엔 이상을 지출했다. 학생들이 가장 쾌적한 환경에서 배울 수 있도록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지속적으로 개선함으로써 다른 대학과의 철저한 차별화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또 차별화되지 않는 교육은 반드시 없애야 할 '악'이라는 인식이 교직원들의 마음 속 깊이 새겨져 있다. 이치노미야(아이치현)=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