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은 물론 여권 일각으로부터 사퇴압력을 받아온 이광재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 지난 18일 노무현 대통령에게 사표를 제출했다. 여야 정치권이 청와대 개편을 포함한 국정쇄신을 요구한 데 따른 '반응'인 셈이다. 이광재 실장은 이날 문희상 비서실장에게 사표를 제출한 뒤 "상황실장 자리는 권력이 아니라 의무이고 사명감이었고 열심히,그리고 바르게 해 보려고 노력해 왔다"면서 "나 개인 때문에 대통령께 누가 되는 것을 원치 않아 깨끗이 물러나는 길을 선택했다"고 사퇴 이유를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 실장이 제출한 사표를 오는 24일 태국과 싱가포르를 방문하고 돌아와 수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실장이 제출한 사표를 반려할 경우 여야 정치권으로부터 청와대 쇄신압력이 더욱 거세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은 19일 출국에 앞서 관저에서 고건 총리 및 문희상 비서실장과 조찬을 함께 하며 "이미 재신임 국민투표 이후 내각과 청와대를 개편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일부에서 주장하는 개각 논의는 적절치 않다"고 국정쇄신 논란의 확산을 경계했다. 지난 18일 노 대통령과 오찬을 함께 한 통합신당 김원기 창당주비위원장은 "이 실장이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자리를 뜨고자 하는 생각은 확실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 실장도 "사표가 수리되지 않더라도 출근하지 않겠다"며 사퇴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통합신당마저 야권의 국정쇄신 요구 공세에 합류하고 나섬에 따라 국정쇄신론이 확산될 경우 재신임 정국이 국정쇄신 논란으로 초점이 옮겨가고 노 대통령의 '재신임 후 국정쇄신'이라는 당초 시간표가 흐트러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일로 청와대에 대한 대폭적인 개편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재신임 정국에 직면해 있고,이라크파병을 둘러싼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청와대 참모진에 대한 인적쇄신이 예상보다 빨리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386참모들의 정보독점을 통한 국정농단,국정위기상황에 대한 대처능력 미흡,노 대통령 지지도 하락의 책임 등에 대한 비판이 거세기 때문이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