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이라크 파병 결정으로 업계의 '제2의 중동특수'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라크 재건사업의 키를 쥔 미국과 같은 배를 타게 된 만큼 아무래도 유리한 입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전후복구 특수가 예상되는 업종은 건설업과 방위산업, 전력, 유전개발, 석유화학 플랜트 등 사회기반시설(SOC) 등이며 전자업체들과 자동차업계도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 이라크는 '기회의 땅' 이라크 파병의 경제적 실리를 계수화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이라크 재건시장에 한발짝 더 가깝게 다가설 수 있다는 점은 확실해 보인다. KOTRA 바그다드무역관 김규식 관장은 "미국이 재건사업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파병요구를 받아들인 한국측의 입김이 어떤 형태로든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관장은 과거 라이선스 없이는 수입자체가 불가능했던 자동차와 냉장고 컴퓨터 세탁기 에어컨 TV 등 가전제품이 규제와 관세가 사라진 이라크에서 "없어서 못파는 특수를 누리고 있다"며 5% 관세가 붙게 될 내년 이후에도 이같은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KOTRA 외에 이라크에 교두보를 두고 있는 기업은 현대건설 대우인터내셔널 서브넥스(무역업체) 등 3곳에 불과하지만 치안불안이 해소되면 삼성전자 등 국내기업들의 진출이 러시를 이룰 전망이다. ◆ 제철 만난 방위산업 당장 국내에서 장갑차를 독점 생산하고 있는 대우종합기계의 수혜도 예상된다. 국군 파견지역으로 거론되고 있는 이라크 모술 지역의 치안상황을 고려할 때 장갑차가 유일한 이동수단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경무장 체계를 갖춰 보병 이동의 안전성을 높이면서 기동력, 경제성까지 충족시킬 수 있는 유일한 지원수단은 장갑차밖에 없다는게 군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대우기계와 함께 현대중공업도 건설중장비의 추가 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전투보병과 함께 파견될 것으로 예상되는 야전공병부대가 전후복구를 위한 기본 임무를 수행할 경우 굴삭기 등의 장비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밖에 최고 5천∼1만명 정도로 예상되는 파견부대에 필요한 탄약 의복 식량 등 각종 군수물자의 지원규모만도 최소 수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 관련업체의 특수도 예상된다. ◆ 발빠른 행보 보이는 건설업계 현대건설은 더치셸 등 미국의 석유메이저와 벡텔, 플로어다니엘 등 주요 엔지니어링업체들과 활발한 접촉을 벌이고 있다. 대우건설과 대림산업은 엑슨모빌 아람코 등 국제 석유회사들과 접촉하면서 유화 플랜트시장 진출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또 해외에서 시공능력을 인정받은 상하수도시설과 병원 등 대형 공공시설 수주에도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들 업체는 최근 건설교통부 산업자원부 등 정부 유관부처와 협의를 갖고 민간기업의 이라크 복구사업 참여를 지원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 반한감정 부작용은 미미할 듯 요르단이나 아랍에미리트(UAE) 등 이라크 주변국 진출업체들은 파병결정이 우회수출에 미칠 파급효과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특히 올들어 이라크전 이후 에어컨과 TV 등 제품판매가 부쩍 늘어난 전자업체들은 제품이미지가 나빠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KOTRA 두바이무역관 최규철 과장은 "이란 등 반미감정이 높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낙관론을 펼쳤다. 그는 "이라크 등지로의 재수출 비중이 40%에 달하는 아랍에미리트만 하더라도 인구의 75%가 사업차 머물고 있는 외지인이어서 정치적 문제에 관심이 적은 편"이라고 강조했다. 김병일ㆍ이심기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