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이라크 추가 파병 결정은 내수 부진의 깊은 골에 빠져 있는 국내 경제에 일단 활로를 열어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핵문제 해법을 놓고 소원해지는 듯했던 한ㆍ미 동맹관계가 이번 파병 결정을 계기로 탄탄하게 복원될 것이란 점이 일차적인 기대 효과다. 국내 정치 혼란과 함께 한국 경제의 '비(非)경제 리스크'를 증폭시켜 왔던 외교안보 분야의 불확실성을 걷어내 국가신용등급 향상까지도 예상된다는 것. 그러나 당장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경제적 이득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미군 등에 대한 국지적인 테러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대규모 이라크 복구사업 참여와 같은 제2의 중동 특수 등 가시적인 경제적 효과를 당장 기대하기는 이르다는 얘기다. ◆ 안보 위험 축소ㆍ외자 확대 기대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이라크 파병 결정으로 한국의 국가 위험도를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돼온 한ㆍ미 공조체제를 국내외에 과시하게 됐다"며 "적어도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긍정적 평가를 내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진표 부총리겸 재경부 장관이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이라크 파병 문제가 신속히,또 파병쪽으로 결정되는 것이 경제 자체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던 건 이런 맥락에서라는 설명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조사국장도 "이라크 파병 결정은 한·미관계 강화와 북핵리스크 완화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외국투자자들의 투자심리를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고 말했다. 국내 주식시장의 외국인 지분이 40%에 육박하고 외국인 직ㆍ간접 투자의 대부분이 미국계 자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투자심리 개선은 소비와 투자 위축으로 어려움에 처한 국내 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이번 파병 결정은 그동안 노무현 정부의 대외관계 기조에 의구심을 나타내온 주요 국제 투자자들에게 '한?미 공조는 불변'임을 확인시켜 줌으로써 보다 장기적인 대한 투자의 길을 열게 됐다는 분석도 있다. ◆ 파병 실익 단기적으론 불확실 그러나 추가 파병에 따른 당장의 경제적 실익을 점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 기업들은 2백50억∼1천억달러의 시장이 기대되는 이라크 전후 복구사업에 보다 광범위하게 참여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치고 있지만 섣부른 기대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이라크 치안이 여전히 불안정한데다 복구사업을 주도하는 미국과의 추가 협의 등 헤쳐나가야 할 관문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추가 파병 규모와 역할 등을 미국측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이 문제를 중요 관심사항으로 제기한다는 방침이어서 논의 결과가 주목된다. 산자부측은 앞으로 경제적 실익을 챙기기 위한 전략을 마련, 교역 확대 및 재건사업 참여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현대건설의 11억달러를 포함해 모두 12억7천만달러에 달하는 국내 기업의 이라크 미수채권 회수, 이라크 재건 지원을 통한 안정적인 석유수입원 확보 등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중장기적으로 가능성이 큰 중동지역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반대여론 무마가 변수 정부는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파병 반대 주장이 거세질 조짐을 보이자 크게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재신임 투표만으로도 국정이 혼돈스러운데 파병 논란이 결부되면 국정혼란이 증폭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국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했다지만 미국에 대한 '저자세 외교' 아니냐는 국내외 비판도 해결이 필요한 대목이다. 이와 함께 이라크를 비롯한 아랍권의 반미(反美) 정서가 반한(反韓) 정서로 확대 재생산된다면 중동 수출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도 경계해야 할 문제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