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험료를 차량 모델에 따라 차등화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아직 시기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이르면 내년 1월부터 이 제도가 도입될 가능성도 있다. 현재 자동차보험료는 배기량에 따라 달리 매겨지고 있다. 물론 배기량이 같은 승용차라고 하더라도 가격에 따라 보험료에 약간의 차이가 있긴 하다. 하지만 새로운 제도가 시행되면 수리비가 많이 드는 차량은 보험료가 비싸지고 견고한 차량은 반대로 보험료가 할인될 전망이다. 따라서 신차나 중고차를 살 때 견고한 차량을 고르는 일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나해인 보험개발원 본부장은 "손해율(받은 보험료중 지급된 보험금의 비율)의 경우 차량 모델에 따라 최고 1백%포인트에 이르는 격차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차량간 안전도 격차가 크다는 얘기다. 모델별 차등화가 시행될 경우 자동차보험료는 보험개발원 산하 자동차기술연구소가 매긴 '차량모델별등급평가'에 따라 다르게 산정될 예정이다. 자동차기술연구소는 차량 충돌시 파손 정도(손상성)와 수리의 용이성, 수리비 등을 기준으로 5백여 차종을 평가해 최고 '1+'에서 최하 '11'까지 22개 등급으로 분류했다. 이 연구소가 내놓은 '2003년 3ㆍ4분기 주요 차종등급 평가 결과'에 따르면 8백cc급 차종에서는 마티즈와 마티즈 오토가 '7+'로 가장 높은 등급을 부여받았고 티코는 '11'로 가장 낮았다. 1천3백cc급으로는 뉴리오 오토가 유일하게 최고인 '5+'를 받았고 클릭 오토가 '5'로 뒤를 이었으며 뉴엑센트는 가장 낮은 '9+'로 평가됐다. 1천5백cc급에서는 뉴리오(수동)와 뉴리오 오토, 아반떼XD 오토, 클릭 오토, 라세티 오토가 가장 높은 '5+'로 매겨졌고 1천8백cc급에서는 뉴EF쏘나타 오토와 뉴옵티마 오토가 '4+'로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2천cc급에서는 리갈 오토가 '2'로 최고 등급을 획득한 반면 크레도스Ⅱ는 '6+'로 무려 7등급이나 차이가 났다. 또 2천5백cc급에서는 체어맨2.3 오토와 리갈 오토가 '1' 등급을 받았다. 모든 차종을 통틀어 최고등급인 '1+'를 받은 모델은 3천cc급의 다이너스티 오토와 3천5백cc급의 에쿠스 오토, 체어맨3.2 오토 등 3종이었다. 이에 따라 자동차보험료가 모델별로 차등화되면 마티즈와 뉴리오, 리갈 오토 등은 다른 동급 차량에 비해 보험료가 내려가는 반면 뉴엑센트, 누비라Ⅱ, 크레도스Ⅱ 등은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차값이 비슷해도 차체의 충격 흡수 능력과 차량 파손 최소화를 위한 설계, 수리의 용이성, 부품 가격 등에 큰 차이가 있다"고 지적하고 "이 평가 결과에 수리적인 기법만 가미하면 모델별 보험료가 산출된다"고 설명했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자동차 제조회사들은 손상성과 수리성 향상을 위한 설계개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또 부품가격을 적정하게 유지하는 데도 더 신경쓰게될 전망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보험비용(보험료)과 차량 유지비용(비보험 차량수리비)을 낮춰 주는 효과를 낳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성태 기자 ste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