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경기가 절정이었던 1991년이후 최근까지 대부분 인기작가들의 작품가격이 절반 가까이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1980년대 인기를 끌었던 남관의 작품가격은 무려 10분의 1로 폭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창간한 미술 경제월간지 "아트프라이스"는 창간기획시리즈로 그동안 금기시돼왔던 국내작가들의 작품 거래가격을 전격 공개했다. 창간호에 실린 서양화 1부에는 박수근 김환기 권옥연 김흥수 하종현 황주리 등 작고.원로 및 중견 인기작가 73명의 70년대부터 최근까지의 작품거래가격 변동을 시기별로 다뤘다. 앞으로 5회에 걸쳐 서양화 2부,한국화 판화 조각 등 3백여명에 이르는 인기작가들의 작품거래가격을 공개할 예정이다. 아트프라이스 김영석대표는 "작품가격 공개는 그동안 미술시장의 불신을 야기시킨 가격 이중구조를 바로잡아 미술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정지작업"이라고 밝혔다. ◆작품가격의 이상과 현실=한국 화단을 대표하는 인기작가 70여명 중 대부분의 작품가격은 지난 10여년동안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80년대 높은 인기를 끌었던 남관의 작품가격은 91년 화랑협회 발표 기준으로 호당 5백만원이었다. 하지만 2000년 화랑협회 발표가격은 2백만원으로 떨어졌고 최근 경매에서는 50만원대에 거래됐다. 10여년 사이에 가격이 10분의 1로 폭락한 셈이다. 가격 붕괴 현상은 생존 작가 중 중견 원로작가들에게서 특히 두드러진다. 우리나라 현대미술에 큰 영향을 끼친 원로작가 P씨의 경우 91년 가격이 호당 50만원이었지만 지금은 경매시장에서 60호가 1천만원을 약간 웃도는 선에서 거래된다. 문제는 이 작가가 화랑 개인전 때 매기는 신작 판매가격이 50호 기준 2천만원에서 3천만원이라는 점이다. 물론 신작이 기존 작품보다 나을 경우 가격을 올려받을 수는 있지만 P씨는 10여년 전 가격을 고집하고 있는 셈이다. P씨뿐만이 아니다. 대부분의 원로 중견작가들은 시장이 아무리 불황이더라도 자신의 작품가격을 내리는 경우가 없다. 그러다보니 작가가 부르는 호가,공개시장에서의 거래가,그리고 화랑에서 고무줄처럼 올렸다 내리는 변동가 등 2∼3중 가격구조가 존재함으로써 고객의 불신을 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작품성 좋은 작가들은 가격 올라=미술 경기가 불황이라고 하더라도 작품 가격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오른 작가들도 10여명에 달한다. 박수근은 91년 호당 1억원이었으나 최근에는 1억∼1억5천만원선에서 거래된다. 중견 작가인 이우환은 91년 호당 50만원이었지만 지금은 A급 구작의 경우 20호가 5천만원을 넘는다. 고영훈도 91년 30만원에서 요즘은 10호가 5백만∼6백만원선에서 거래된다. 미술품 경매업체인 서울옥션에서는 거래가 비교적 잘 이뤄지고 불황에 관계없이 자신의 작품가격을 유지하고 있는 '블루칩 작가'가 20명 정도인 것으로 보고 있다. ◆가격보다 대표작인지 여부가 더 중요=아트프라이스가 발표한 작품 가격은 작가들의 가격 추이를 시기별로 상세하게 보여줬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하지만 인기작가라 하더라도 대표작이냐 아니냐에 따라 또는 작품상태가 A급이냐 B·C급이냐에 따라 가격이 3∼4배 차이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아트프라이스는 이러한 부분에 대한 언급이 없어 아쉬움을 남겼다. 작품가격 공개시 대표작인지 여부,작품 상태,제작 연도 등을 함께 제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