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제조업의 일자리가 격감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알리앙스캐피털매니지먼트의 연구보고서를 인용,지난 95년부터 2002년까지 7년간 20개 주요 국가의 제조업 부문에서 2천2백만개의 일자리가 없어졌다고 20일 보도했다. 전체 제조업 일자리의 11% 선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이같은 분석은 특히 중국등 다른 나라의 불공정 무역으로 미국내 제조업 일자리가 줄었다는 미국 정부 및 재계의 주장과 정면 배치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제조업 일자리 감소는 세계적 추세=지난 7년간 제조업 일자리가 가장 많이 줄어든 나라는 브라질로 19.9% 감소했으며,중국(-15.3%)은 미국(-11.3%)보다 더 큰 폭으로 일자리가 사라졌다. 일본은 감소폭이 16.1%였고 한국은 미국과 비슷한 11.6%였다. 중국의 경우 2000년 이후 제조업 종사자가 2백50만명 늘어났으나,95년부터 계산하면 9천8백만명에서 8천3백만명으로 1천5백만명 줄었다. 비효율구조를 갖고 있는 국영기업체들이 대규모 해고에 나선 결과라는 게 월스트리트저널의 분석이다. 조셉 카슨 알리앙스 국제경제연구소장은 "제조업의 기술발전과 경쟁격화로 효율성을 갖춘 업체들만이 살아남게 됐다"며 "이에 따라 과잉공급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기업들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투입되는 노동량을 줄일 수밖에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선진국 모임인 OECD의 회원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90년부터 2001년까지 11년간 미국의 제조업 고용 감소비율은 9%로 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의 평균 고용 감소비율과 같은 것으로 조사됐다. ◆제조업을 서비스업으로 전환해야=최근 백악관 경제고문직을 사임한 글렌 허바드는 "제조업 일자리 감소는 미국적 현상이 아닌 국제적 흐름"이라며 "산업구조가 생산적이 될수록 고용은 감소한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인 예로 생산성이 급격히 증가한 농업부문의 경우 1910년에는 미국 내 취업자 중 비율이 32%였으나 1990년에는 2.5%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 비율은 같은 기간 중 영국에서는 11%에서 2%,독일은 34%에서 3%로 줄어들었다. 그는 "이제 각국은 생산성이 떨어지는 제조업부문의 보호를 위해 노력하는 대신 제조업 종사자가 서비스부문으로 쉽게 옮겨갈 수 있도록 재교육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육동인 기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