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따라잡기] '법인세 인하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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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이냐, 2005년 이후냐.'
법인세율 인하 시기를 둘러싼 정부ㆍ야당간 논란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정부는 기업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법인세 인하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하면서도 올해 임시투자세액공제 확대 등 기업 투자에 대한 세금 감면조치를 취한 만큼 법인세율 인하 문제는 2005년 이후 중장기 과제로 검토하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 제1당인 한나라당에 이어 통합신당의 분리와 노무현 대통령의 탈당으로 야당이 된 민주당까지 법인세율 조기(早期) 인하론에 가세함에 따라 상황이 달라진 것.
◆ 법인세 조기 인하 가능성 높아져
국회 과반의석을 점유하고 있는 한나라당에 이어 민주당까지 내년중 법인세율 인하를 주장함에 따라 법인세법 개정은 거의 확정적이다.
박상천 민주당 대표가 지난 15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중국과의 투자유치 경쟁을 위해 중국보다 먼저 법인세를 인하해야 한다"고 주문했고 통합신당도 적극적으로 반대하지 않음에 따라 국회에서는 '법인세 인하론'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문제는 법인세율 인하 시기다.
정부는 올해와 내년 세금감면으로 3조원 이상의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다 올해 경기침체로 내년 이후 법인세 징수실적도 부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내년 재정여건이 어려워 법인세를 인하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정부의 변함없는 입장"이라며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경쟁국보다 법인세 부담이 무거워서는 안된다"고 말해 법인세 조기 인하 가능성도 배제하지는 않았다.
◆ 최저한 세율도 인하 불가피
재경부는 한나라당 주장대로 법인세율을 내년에 1∼2%포인트 인하할 경우 법인세 감소규모가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다 현행 12∼15%로 돼 있는 최저한 세율마저 하향 조정해야 하므로 세수 감소폭은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김영룡 재경부 세제실장은 "법인소득이 1억원 미만일 경우 적용되는 세율(15%)이 한나라당 요구대로 13%로 내려간다면 최저한 세율(최고 15%)과 역전되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며 "이를 시정하기 위해 최저한 세율도 13%로 내려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법인세율을 인하하고 최저한 세율마저 내릴 경우 이를 대체할 재원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도 정부의 고민이다.
◆ 임시투자세액 공제율도 쟁점
정부는 지난 7월 열린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임시투자세액 공제율을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15%로 확대(종전 10%)하기로 결정했다.
설비투자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정도로 부진한 기업의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내놓은 것이다.
그러나 기업의 설비투자는 지난 7월 11.1% 감소(전년동월 대비)한데 이어 8월에도 7.8% 줄었다.
'1백억원을 투자하면 15억원의 세금을 되돌려준다'는 파격적 제안에도 불구하고 투자 의욕은 되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현행 조세특례제한법에는 '10%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대통령령에서 공제율을 정한다'(26조)고 돼 있어 15% 공제율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조특법을 개정해야 한다.
정부는 올해 말까지 임시투자세액 공제율 15%를 적용하기 위해 조특법 개정안을 이미 국회에 내놓았으나 개정안은 법사위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기업투자를 되살리기 위해 임시투자세액 공제시한을 내년까지로 연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확산되고 있는 것도 정부에는 딜레마다.
임성균 재경부 조세지출예산과장은 "내년 초부터 임시투자세액 공제율을 10%로 환원할 것인지 아니면 15%를 유지할 것인지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 재정여건이 변수
김 부총리는 법인세 인하 논란과 관련, "예산 적자를 더 내서라도 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고, 3년 단위의 중기 균형재정으로 경제의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는 얘기도 있다"며 국회가 적자재정에 동의할 경우 법인세율을 낮출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내년에 예상되는 적자재정에 정치권이 쉽게 동의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중론이다.
정치권이 적자재정 편성에 반대할 경우 정부가 올해 법인세법을 개정하되 2005년 이후부터 낮춰진 세율을 적용하는 타협책을 제시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