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꼬여가는 '채무 탕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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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관리공사(KAMCO)가 신용불량자들에 대해 원금과 이자를 합쳐 최고 70%까지 감면해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기사가 지난주 나간 이후 독자들의 전화가 빗발쳤다.
"신용불량자들에게 그렇게 빚을 깎아주면 매달 은행에 이자를 꼬박꼬박 내는 나같은 사람들은 뭡니까. 모든 국민들에게 빚을 갚지 말고 버티라는 얘깁니까"라는 항의에서부터 "사회의 규칙을 지키는 사람들이 손해보고 있는 현실을 방관하지 말라"는 반(半) 협박성 주문,"언제부터 실시합니까. 저도 구제받을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십시오"라며 반색하는 독자에 이르기까지 반응은 다양했다.
이처럼 엇갈리는 반응을 접하면서 신용불량자 문제의 딜레마를 새삼 절감하게 됐다.
'도덕적 해이는 안된다'는 명분에 집착하면 수백만명이 신용불량자로 남아 사회문제를 일으킬 게 뻔하고,무턱대고 구제해줄 경우 '원칙 실종'에 따른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기 때문이다.
KAMCO가 신용불량자 구제대책을 내놓으면서 해당 채무자의 '재산 정도와 채무상환 의지,능력' 등을 감안해 대상자를 엄격히 선별하겠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딜레마를 반영하지 않았을까 싶다.그런데도 감독 당국은 KAMCO의 이같은 계획에 대해 일부 여론으로부터 모럴 해저드 문제가 집중 제기되자 '신중하게 처리하라'며 압력을 넣었고,KAMCO는 당초 17일로 예정됐던 관련 이사회를 무기 연기했다.
하지만 KAMCO가 감면을 추진키로 한 채권들은 은행 카드 등 금융회사들이 채무자들에게 온갖 추심 노력을 한 끝에 회수를 포기하고,액면의 20%도 안되는 값에 상각처리해버린 사실상 '회수불능 물건'이었다는 점도 충분히 감안돼야 할 것 같다.
무분별한 모럴 해저드를 방치해선 안되겠지만,현실에 바탕을 둔 '해법'까지 무조건 매도당해선 안된다는 생각이다.
김용준 경제부 정책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