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05년부터 자동차 책임보험 보상한도를 현행 8천만원에서 1억2천만원으로 올리려는 건설교통부의 계획이 재정경제부의 반대로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20일 재경부는 건교부가 지난 7일 입법예고한 자동차 손해배상보장법 개정안에 반대한다는 공식 입장을 건교부에 전달했다. 건교부는 인구 대비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가 세계 최고수준인 데도 일본 등에 비해 책임보험 한도금액이 낮아 사고를 당한 사람들의 피해가 극심하기 때문에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개정 이유를 밝혔었다. 재경부 관계자는 "책임보험 보상한도를 높일 경우 보험료도 덩달아 오르기 때문에 오히려 책임보험 미가입자만 늘리는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재경부는 책임보험 한도 인상뿐 아니라 1천만원짜리 대물보험 가입도 의무화되는 까닭에 책임보험만 가입한 사람은 지금보다 보험료 부담이 1.6배 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경부는 또 △작년말 현재 '전국민 사망 평균 보험료'가 현행 책임보험 보상한도와 같은 평균 8천만원 수준이고 △가스배상책임보험 등 다른 의무보험 한도도 6천만∼8천만원 수준이라는 점을 들어 책임보험 보상한도 인상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건교부 관계자는 "주요 경제활동인구(20∼49세)를 기준으로 볼 때 사망자에게 지급되는 평균 보험료는 1억5천만원에 달한다"며 "책임보험 한도를 1억2천만원으로 인상해도 실제 필요한 보험료의 77.6%밖에 커버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재경부와 건교부의 갈등에는 '공무원간의 밥그릇 싸움'적인 요소도 있다는 지적이다. 개정안대로 건교부가 담당하는 책임보험 보장비율을 높일 경우 재경부가 맡고 있는 임의보험 영역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현재 2억원짜리 종합보험에 가입한 사람은 8천만원까지는 책임보험으로, 나머지 1억2천만원은 재경부의 영향력이 미치는 보험회사들이 설계한 임의보험으로 보상받는데 개정안대로 바뀌면 건교부 소관이 1억2천만원, 재경부 영역이 8천만원으로 역전된다는 것이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