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시민사회단체의 제1호라고 할 수 있는 기독교청년운동연합조직인 서울 YMCA가 오는 28일로 창립 1백주년을 맞는다. 일제치하에서 독립운동과 계몽운동의 산실이었고 군사독재시절에 민주화운동의 구심적 역할을 했던 YMCA는 한국 근대사와 그 궤를 같이하고 있는 셈이다. YMCA는 당초 애국애족이라는 정신에서 출발했다. 독립협회 해산에 자극을 받은 열혈 청년들이 주동이 돼 외국선교사들에게 YMCA 창설을 건의했는데 북아메리카YMCA가 이를 받아들여 황성기독교청년회로 선보인 것이다. 이 청년회에는 이상재 윤치호 남궁억 등 독립협회의 지도자들이 대거 참여해 사실상 독립협회의 계승자 역할을 했다. 교육과 계몽 그리고 선교활동을 하며 구국운동의 일선에서 첨병노릇을 했음은 물론이다. 배재학당에 최초로 학생YMCA가 만들어진 것도 이 무렵이었다. YMCA는 일제 무단통치하에서 유일한 시민단체였던 만큼 감시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조작된 '105인 사건'으로 Y지도자들이 투옥됐고, 3·1독립운동에 연루된 애국지사들이 고통을 받아야 했다. 이런 탄압속에서도 Y활동은 더욱 활발해져 물산장려운동 민간대학설립운동 민족언론운동 금주금연운동을 전개했다. 월간 종합잡지인 '청년'을 발간해 국내외의 새로운 사회사상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러한 Y의 사상이 유신독재시절에는 민주시민운동으로 이어졌다. 부당한 피해를 당한 시민의 권익옹호운동에 앞장선 것이다. 민주인사들 중에는 'Y맨'들이 많았다. 1980년대 이후에는 청소년성교육상담센터 등을 운영하면서 청소년운동에 나섰고 이와 함께 부정부패추방운동 환경보존운동 향락문화추방운동 등으로 우리나라 시민운동의 선도적 역할을 해오고 있다. 연초 YMCA는 뜻하지 않게 비자금조성 등 내부 비리가 불거지면서 1백년 역사에 오점을 남기는 내홍을 겪기도 했으나,조직개편과 새로운 사회운동으로 예전의 명성을 되찾을 것이라고 한다. 많은 시민단체들이 난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YMCA가 어떤 모습으로 모범을 보일지 기대되는 바 크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