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양국간 FTA(자유무역협정) 협상을 올해 안에 시작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한국의 전반적인 FTA 전략이 탄력을 받게 될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한ㆍ일간 FTA 협상은 칠레와 FTA 협정을 체결해 놓고도 농어가 보호문제로 발목이 잡혀 있는 상황을 간접 타개할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 FTA 추진의 '새 엔진' 기대감 정부가 지난 65년 국교수립 이후 누적 무역적자가 2천억달러에 육박하는 일본과의 FTA 조기 추진에 나선 이면에는 한ㆍ칠레 FTA 비준 문제로 다른 국가와의 'FTA 짝짓기'를 더 이상 미룰 경우 세계교역의 변방으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미국 EU(유럽연합) 등 선진국들이 FTA 등 '경제블록'을 통한 지역주의 확대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외톨이로 남을 수 없다는 절박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현재 WTO(세계무역기구)에 보고된 1백84개의 FTA 발효 건수중 한국은 단 한 건의 '실적'도 올리지 못한 형편이다. 정부는 일본과 FTA를 서두를 경우 무역적자 확대와 중소ㆍ부품업체의 피해 등이 심화될 것이라는 일부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오래 전부터 '일본과의 FTA는 불가피하다'는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2위의 무역대국이자 이웃인 일본과의 FTA 관문을 통과하지 않고서는 중장기적인 FTA 구도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기 때문이다. 칠레의 경우와는 달리 국내 농업부문 피해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는 점도 정부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 한ㆍ칠레 FTA 선결돼야 양국간 FTA 체결을 통한 한국과 일본의 단일 시장 통합은 작년 GDP(국내총생산) 기준으로 세계 경제의 17%를 차지하는 거대 경제블록의 탄생을 의미한다. 이는 아시아 경제의 주도권을 노리는 중국도 무시 못하는 시장규모다. 한ㆍ일 FTA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논의 중인 한ㆍ중ㆍ일 FTA의 기본 바탕으로 삼는다는 것이 가장 유력한 동북아 경제블록 구성 시나리오다. 이를 통해 중국과 일본이 선점하고 있는 아세안(ASEANㆍ동남아국가연합)과의 FTA 체결도 한결 손쉬워질 전망이다. 현재 산ㆍ관ㆍ학 공동연구를 마친 싱가포르와도 조만간 협상을 시작한다는 계획이어서 FTA 추진에 가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그러나 내년 총선표를 의식, 현재 넉 달째 국회 계류 중인 한ㆍ칠레 FTA 비준은 여전히 문제점으로 남는다. 정치적 이해로 협정 비준이 연기되는 한국과의 FTA 추진에 적극 나설 국가들이 만무하기 때문이다. 정인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선임연구위원은 "한ㆍ칠레 FTA 비준연기는 향후 FTA 추진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며 "정부 차원의 비준안 통과를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