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들 사이에 '신토불이(身土不二)'란 말이 유행하고 있다. 신토불이는 '몸과 땅은 둘이 아니고 하나'라는 뜻으로 당초 농협이 국산 농산물을 애용하자는 취지에서 유행시켰던 용어. 요즘 은행원 사이에선 이 말이 '책상에 착 달라붙어 감원 태풍을 견뎌내자'는 의미로 전용되고 있다. 은행이 명예퇴직 등을 유도해도 일단 버티고 보자는 얘기다. 이런 사례는 최근 우리은행이 실시한 명예퇴직에서 구체적으로 나타났다. 지난 15일 마감한 우리은행의 명예퇴직 신청에는 고작 67명만이 응했다. 이는 은행측이 당초 예상한 3백명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이중 부부장급 이상은 32명이었으며 4급차장과 5급대리가 35명이었다. 그것도 38세가 넘는 기혼 여직원이 상당수에 달했던 점을 감안하면 은행측이 의도했던 명예퇴직의 의미는 상당히 퇴색했다. 더욱이 현직 영업본부장은 1명,현직 지점장은 2명에 불과해 인사숨통을 트겠다는 의미도 무색해졌다. 우리은행 본점에는 조사역 등으로 사실상 대기발령 받은 사람만 76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이들조차 상당수는 명예퇴직을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명예퇴직금(월 평균임금의 18개월치)도 얼마되지 않는데다 지금 나가봤자 경기가 좋지 않아 딱히 할 일도 없어 눈총을 무릅쓰고 은행에 다닐 때까지 다니겠다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외환은행도 론스타에 매각되기 직전인 지난 8월 명예퇴직을 실시했으나 신청자는 고작 24명에 그쳤다. 국민은행 등도 명예퇴직을 검토하고 있으나 신청자가 적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은행원들 사이에 유행하는 신토불이란 말을 실감나게 하는 계절이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