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실리콘밸리 중관춘에 위치한 위성 빌딩 1층에는 최근 중국이 사상 처음으로 쏘아 올렸던 유인 우주선 선저우(神舟) 5호의 모형들이 전시돼 있다. 40위안(1위안은 1백40원) 짜리에서 대졸 초임의 절반 수준인 1천4백위안 짜리까지 가격표가 붙어있는 모형들이다. 중국의 첫 우주인 양리웨이(楊立偉) 공군 대령의 고향인 랴오닝성 쑤이중(綏中)현에서는 마을에서 생산되는 과일에 '양리웨이'란 상표를 부착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양리웨이란 이름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막겠다는 방침이어서 실현될 지는 불투명하다. 베이징의 '촨베이런지아(川北人家)'라는 음식점은 양리웨이가 선저우에서 먹은 음식을 한데 모은 '우주 세트 메뉴'를 내놓아 히트를 쳤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하고 있다. 유인 우주선 선저우 5호 발사에 성공한 지 1주일이 다 돼가지만 중국 대륙에서는 우주선의 여운이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선저우의 빛에 가려져 있지만 이 우주선을 쏘아올리는 데에 창정(長征) 로켓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 창정은 긴 여정을 의미하지만 중국인들에게는 공산당이 1934년 시작한 1년여간의 '대장정'으로 다가온다. 창정을 통해 공산당은 건국의 발판을 마련했다. 바로 이 창정 로켓의 이름에서 국가 프로젝트를 길게 보고 일관되게 밀어붙이는 중국 특유의 마라톤 정신을 엿보게 된다. 55년 마오쩌둥의 지시로 시작된 우주개발 프로젝트에 따라 첫 인공위성을 쏘아올린 게 70년.당시 인공위성 발사 대국 세계 5위에 진입한 중국은 33년이 흐른 지금 우주대국 3강에 들어갔다. 공산당 일당 체제이긴 하지만 덩샤오핑 장쩌민 주석으로 지도부가 바뀌면서도 우주 프로젝트를 흔들림없이 추진해 온 일관성이 이같은 결실을 만들었다는 지적이 많다. 얼마전 베이징을 방문한 한국 시중은행장의 말이 떠오른다 "고객 돈을 운용하는 것은 마라톤을 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정부는 1백m 달리기를 하라고 재촉하니 답답합니다".창정로켓에 비하면 우리의 계획은 너무 단기적이 아닌지 생각해 본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