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현장에 나사가 풀리고 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주요 공단에서 대규모 화재사고가 발생하는가 하면 사망사고를 포함한 산업재해 발생이 지난해보다 20% 이상 급증하고 있다. 근로자들과 회사가 노사문제에 촉각을 곤두세우느라 산업안전에 소홀한 데다 사회 전반에 만연한 안전불감증으로 재해가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정부의 무분별한 규제완화로 산업안전과 관련한 각종 통제장치가 유명무실해진 것도 재해 발생의 주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20일 밤 발생한 SK㈜ 울산공장의 화재는 이달 들어 주요 공단에서 발생한 다섯 번째 대형 화재사고.지난 3일 호남석유화학 여수공장에 폭발사고가 발생한 이후 현대오일뱅크 금호석유화학 영신화학 등도 대형 화재를 냈다. 호남석화 고밀도폴리에틸렌(HDPE) 공장 폭발사고는 1명이 숨지고 9백억원의 금전적 손실(보험업계 추산)을 입는 피해를 냈다. 영신화학에서도 3명이 사망하고 6명이 부상했으며 금호석유화학도 3명이 부상을 입었다. SK㈜는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중질유분해시설(CDU) 1기가 손상을 입어 수십억원대 재산피해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같은 사고가 모두 인재(人災)라는 것.화재가 발생한 SK㈜ 중질유분해시설은 지난 5월 안전점검을 마친 설비다. SK㈜는 때마침 노동조합이 파업을 위한 쟁의행위를 벌이던 중이어서 시설관리에 소홀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호남석화는 주조종실과 작업현장의 배관 스위치가 동시에 열려 폭발성이 높은 원료가 새나온 것이 화재의 원인이다. 현장근로자들이 안전수칙을 무시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A2면에 계속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