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역의 핵 확산 우려를 야기했던 이란 핵 문제가 사실상 완전 타결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지난달 이란에 대해 이달 말까지 핵 프로그램 관련 정보를 모두 공개하지 않을 경우 유엔의 제재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 지 1개월여만의 일이다. 이란 정부는 21일 카말 카라지 외무장관이 잭 스트로 영국, 도미니크 드 빌팽프랑스, 요시카 피셔 독일 외무장관 등 유럽 3개국 장관과 핵 문제 해결을 위한 회담을 가진 뒤 사실상 핵무기 개발 포기를 약속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란은 성명에서 핵확산금지조약(NPT)의 충실한 이행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대한 완전한 핵 투명성을 약속했다. 아울러 핵무기는 자국의 방위전략에 포함돼 있지 않다는 점을 밝혔다. 성명은 특히 "이란 정부는 IAEA와 충분히 협력하기로 결정했으며, 모든 가능한오류들을 명료하게 하는 동시에 시정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이란은 국제 사회가 요구해 온 자국내 핵 의혹 시설에 대한 유엔 사찰단의 불시사찰을 허용하는 NPT 부속의정서에 서명하는 한편 핵무기 생산 과정으로간주되는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 활동도 자발적으로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하산 로우하니 이란 국가최고안보회의 의장은 이란과 IAEA간의 NPT 부속의정서서명 시기에 대해 "IAEA 이사회 차기 회의가 개최되는 내달 20일 이전에 서명시기를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우하니 의장은 그러나 "이란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언제든 우라늄 농축활동을 재개할 권리를 갖고 있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익명을 요구한 IAEA의 외교소식통들은 이란은 자체 보유한 무기급 우라늄의 출처를 포함한 핵 관련 정보와 자료를 금주중 제출키로 했다며 이들 자료에는 최소한2곳 이상의 이란 핵 시설에서 발견된 핵물질의 입수경로 등이 포함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런 가운데 이란은 러시아의 요구조건에 맞춰 이란 남부지역에서 건설중인 부셰르 원전에서 배출될 사용후 핵연료를 반환하는 협정을 조만간 체결할 예정이라고알리 아크바르 살레히 IAEA 주재 이란 대표가 말했다. 한편 영.프.독 3개국은 이란의 핵무기 포기 대가로 핵 에너지의 평화적 이용권리는 인정했다. 이들 3개국은 이란이 IAEA와 추가 서명할 NPT 의정서는 이란의 주권과 안보를 해치지 않을 것임을 약속했다. 특히 유럽 3개국 외무장관들은 "이란이 핵 투명성 약속을 완전히 이행할 경우일부 분야에서 선진화된 기술에 보다 손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핵 발전 관련 기술의 지원을 시사했다. 외교 소식통들은 "이란이 핵무기 포기를 약속함에 따라 이란이 해외에서 핵연료를 제공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이란의 핵 투명성을 촉구해 온 IAEA와 미국 및 유럽 국가들은 이란의 핵 투명성약속을 일제히 환영했다.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IAEA 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이란이 과거의 핵활동과 관련한 완벽한 설명자료를 조만간 제출하고 불시사찰을 인정하는 NTP 의정서에 추가서명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조속히 통고해 오길 기대한다"며 환영했다.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은 또 테헤란에서 열린 이란과 영.독.프 3개국 외무장관 사이의 회담이 이란의 과거 핵 프로그램과 향후의 활동을 투명화하게 하는 고무적인신호가 됐다고 높게 평가했다. 하비에르 솔라나 EU 외교정책담당 대표는 이란의 결정을 환영하면서 이란이 조속히 IAEA와 NPT 추가 의정서에 서명하길 기대한다고 말했고, EU 순회의장국인 이탈리아도 "유럽이 이뤄낸 외교성과"라며 반겼다. 북한, 이라크아 함께 이란을 `악의 축'이라고 지칭하면서 이란의 핵 투명성을강력히 요구해 온 미국은 이란 정부의 이번 결정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긍정적 조치라는 평가를 내놨다. 조지 부시 대통령의 싱가포르 방문을 수행중인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유럽 외무장관들의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며 "이란이 NPT 추가의정서에 서명하고우라늄 농축활동을 포기한다면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긍정적 조치가 될 것"이라고말했다. 그러나 그는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약속을 이행하는 것"이라며 이란이 이번에 약속한 사항들을 실제로 이행할 지 여부는 좀더 두고 봐야 한다는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테헤란 AP AFP=연합뉴스) parks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