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4 08:58
수정2006.04.04 08:59
적정 환율 수준을 놓고 미국과 일본의 대표적 기업인들이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양국 정부간 심화되고 있는 '환율 논쟁'이 기업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세계 최대 자동차 메이커인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존 디바인 부회장은 21일 일본 도쿄 모터쇼에 참석,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수년간 엔화 가치 약세를 유도해 온 일본 정부의 노력으로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불공평한 특혜를 입고 있다"며 포문을 열었다.
그는 "환율이 전적으로 시장에서 결정된다면 엔화 가치는 달러당 1백엔 이상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백9엔에서 움직이고 있다.
디바인 부회장은 "인위적인 엔저(円低) 덕분에 일본 기업들은 미국 시장에서 자동차 한 대를 판매하면 3천달러의 추가 이익을 얻는 '횡재(windfall)'를 보고 있다"며 구체적인 숫자까지 제시했다.
미 자동차기업 대표가 엔화 환율을 문제삼고 나선 것은 국내외 시장에서 일본 업체들에 점차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 자동차 메이커들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 빅3'의 약진으로 지난해 64.3%에서 올해는 사상 최저인 57.9%(지난 8월 기준)로 떨어진 상태다.
이에 일본 기업들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일본 최대 자동차 메이커인 도요타의 조 후지오 사장은 "엔화 가치는 상승보다 오히려 하락해야 한다"고 일축했다.
그는 미 켄터키주 도요타 공장에서의 경험담을 소개하며 "양국간 노동비용의 차이를 감안하면 엔화 가치는 달러당 1백10∼1백20엔선이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 자동차가 잘 팔리는 이유는 '엔저' 덕분이 아니라 품질이 우수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 자동차 기업들이 최근 엔화가치의 상승으로 큰 피해를 보고 있다고 역공도 폈다.
도요타자동차의 경우 달러당 엔화 가치가 1엔 상승할 때마다 영업이익이 2백억엔씩 감소한다는 것이다.
수출 채산성의 마지노선으로 잡았던 '달러당 1백15엔'이 무너진 상황에서 미국의 '환율 압력'은 지나치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