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ㆍ수신금리가 인상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시중자금의 단기부동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부동산값 안정을 위한 정부의 '초강수' 정책 이후 부동산 시장에 맴돌던 시중자금은 강남 재건축아파트에서 주상복합이나 상가 분양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반면 총 2조7천억원 규모의 장기증권저축과 2조7천억원 어치의 증권금융채권 상환이 잇따라 예정돼 있는 등 시중부동자금의 급증요인이 도사리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기업들은 자금확보 차원에서 회사채를 앞다퉈 발행하고 있다. 이처럼 금융시장 안팎의 상황이 급변하면서 전문가들은 당국의 종합적인 금융 부동산정책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 단기부동자금 급증 예상 6개월 미만 단기금융상품의 평균잔액은 9월말 현재 총 3백79조원으로 전체 금융권 수신의 절반에 육박하고 있다. 주가는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지만 시중부동자금의 정서는 '증시는 아직, 공모주 청약은 게릴라식 공략'으로 요약된다. 주식형 펀드는 이달 들어 4천억원 이상 이탈하면서 주식형 수익증권 잔고는 1년5개월만에 8조원대로 추락했다. 총 2조7천억원 규모의 장기증권저축 만기가 22일부터 돌아오면서 주식형 펀드에서의 자금이탈은 지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초단기 상품인 투신권의 MMF는 이달 들어서만 1조7천억원 이상 늘어 50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단타 수익을 노린 시중자금은 공모주 시장만 들락날락하고 있다. 지난 14∼15일 이뤄진 나노하이텍 청약에 1조6천6백억원의 자금이 몰린 것을 비롯 이달 들어 실시된 공모주 청약은 1천∼2천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고객예탁금도 공모주 청약과 환급에 따라 증감을 되풀이하는 양상. 여기에 원리금 합계 2조7천4백억원의 증금채 상환이 이달 말 이뤄지면 단기 부동자금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권은 수신금리 인상을 통해, 증권사들은 새로 시작한 일임형 랩어카운트와 주식연계증권(ELS) 등의 상품으로 이들 자금을 유치하려 하지만 단기 급등한 주가수준에 대한 부담감과 불확실한 정치 경제상황 등으로 여의치 않다는게 업계관계자들의 설명이다. ◆ 봇물 이루는 회사채 발행 금리가 더 오르기 전에 자금을 선(先)조달해 두려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이달 들어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이 집중되고 있다. 23일부터 이달 말까지 7천억원에 가까운 신규 회사채 발행계획이 잡혀 있다. KT가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10년 만기 3천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오는 27일 발행할 계획이다. 10년 만기 회사채는 올 1월 SK㈜가 발행한데 이어 올들어 두번째. LG화학과 코오롱 등 A등급 이상 기업뿐만 아니라 성신양회 현대하이스코 남광토건 두산 등 트리플B(BBB) 등급의 회사채 발행도 잇따르고 있다. 전용기 LG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지표금리가 상승하는 가운데서도 BBB등급 회사채의 거래가 급증하고 있다"며 "시장이 본격적으로 BBB등급 회사채 투자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트리플 B등급에 대한 투자수요는 경기회복과 그에 따른 금리상승 초기에 나타나는 현상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설명. 이에 따라 10월중 일반회사채(금융채 ABS 등 제외) 발행규모는 최소 1조8천억원에 달해 올 4월 이후 연중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민하 기자 hahaha@hankyung.com